쇠창살에 갇힌 이민자들 뒤로 시뻘건 불길이 거세게 타오릅니다.
화들짝 놀란 이민자들은 밖으로 꺼내달라며 창살을 발로 차며 아우성칩니다.
하지만 멕시코 이민청 관계자 2명은 이를 외면한 채 현장을 태연하게 벗어납니다.
잠시 뒤 수용소 안에는 메케한 연기가 가득 차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최소 40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친 멕시코 이민청 화재 참사 당시 정황이 담긴 CCTV가 공개되자 멕시코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참사 당시 직원들이 불을 확인하고도 쇠창살을 잠근 채 자신들만 대피하는 모습이 그대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수용소에는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에콰도르 국적 성인 남성 68명이 구금돼 있었습니다.
사망자 가족과 친지들은 참사 현장 앞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도 연방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거센 비판에 나서는 등 멕시코 전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방돼 본국으로 송환 예정이던 이민자들이 항의 과정에서 매트리스에 불을 질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신속한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멕시코 이민청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 접경으로 넘어가는 불법 이민자들로부터 돈을 받는 브로커를 단속하는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검찰은 이번 화재와 단속 간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윤성철 기자(ysc@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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