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 손에 숨지거나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 만든 출생통보제가 모레(19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회피하더라도 의료기관이 통보한 정보로 국가가 직접 출생 등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 아이 낳은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산모가, 병원 밖 출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그래서 함께 시행되는 제도가, 산모가 누군지 모르게 출산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는데, 박하정 기자가 이 내용 전하겠습니다.
<기자>
생모의 친권 포기로 출생 후 곧바로 영아원에서 커야 했던 홍성주 씨.
20살 성인이 된 지난해, 부모를 찾아 나섰습니다.
[홍성주 : 1년 동안 취업 안 하고 그냥 부모님 찾는 데만 연연했던 것 같아요.]
어렵사리 영아원 입소 의뢰서를 구했고, 거기에 적혀 있는 생모의 주민번호를 알아냈습니다.
친생자 관계를 확인하는 소송까지 거친 지난 3월, 그는 생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홍 씨에게 '보호출산제'는 태어난 아이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제도로 비칩니다.
익명출산을 선택한 부모의 실명, 주민번호를 관계기관이 기록해 두지만, 성인이 된 자녀가 원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부모가 누군지 아는 것조차도 아예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홍성주 :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태어났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심적이나 정신적으로 좀 더 피해가 더 클 것 같고.]
독일은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보호출산제'와 유사한 '비밀출산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공개 요청을 부모가 거부할 경우, 가정법원이 공개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법에 명문화한 게 우리와 차이점입니다.
출산 이후 한 달까지 익명 신청이 가능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출산 전에 상담을 제대로 못 받은 위기임산부들을 위해서라고 설명하는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김민지/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장애아동을 키우는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한다든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생각한다면 (아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절차를 명문화하고, 유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출산 후 신청은 최소화하는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이찬수,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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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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