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가운데 어제(13일) 인천공항에선 국가대표 선수단을 환영하는 정부 행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대한체육회가 갑자기 불참을 선언하며 선수들이 어색하게 발을 돌려야 했습니다. 정부와 체육회의 갈등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애꿎은 선수들만 곤란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홍지용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 선수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국장의 문을 엽니다.
뒤따라 나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포옹합니다.
이기흥 회장은 그 자리에서 소감문을 꺼내 읽습니다.
[이기흥/대한체육회장 (어제) :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단 여러분,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선수단은 곧바로 해산했습니다.
환영을 받아야 할 주인공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중에는 환영 행사를 위해 집에서 쉬다가 공항을 찾은 메달리스트도 있었습니다.
환영 행사를 위해 공항에 별도로 준비된 행사장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이 행사를 놓고 '불협화음'이 있었던 겁니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선수들이 피로하다며,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인천공항공사가 별도의 행사장을 권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행사를 취소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체육 단체장의 연임 제한'을 없애는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부터 지방 체육회의 예산을 나눠주는 문제까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대립하고 있습니다.
[유인촌/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6월 20일) : 현재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어요.]
이기흥 회장은 정부가 체육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기흥/대한체육회장 (지난 7월 4일) : 저는 국정농단 세력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기간 잠시 멈췄던 갈등이 선수단 환영 행사에서 터지면서 박수를 받아야 할 선수들만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홍지용 기자 , 이현일,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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