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떨어지고, 깔리고, 끼이고. 방금 보신 화면은 최근 석 달간 산재 사망 사고를 정리한 겁니다. 바로 어제(26일)도 레미콘 차량에 부딪혀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1년 전, 이런 일을 막자고, 중대재해법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에도 644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한 주에 12명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건 34건, 검찰이 재판에 넘긴 건 11건에 불과합니다. 처벌이 이뤄진 건 현재 한 건도 없습니다. 일터의 안전은 과연 나아졌는지 먼저 현장부터 다녀왔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계단을 오르다 작업자를 만났습니다.
안전모는 썼는데, 턱끈이 풀려 있습니다.
[턱끈 꼭 제대로 체결하고 작업하셔야 합니다, 지금 바로 쓰세요.]
13층 옥상에 올라왔습니다.
안전 난간이 없습니다.
추락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겁니다.
[안전조치를 좀 하셔야 되겠습니다.]
아래를 보니 아찔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들어설 자린데, 아래까지 뻥 뚫려 있습니다.
철제 난간이 있지만 여기저기 빈틈이 보입니다.
[이성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벽돌 하역하다가 이 사이로 몇 개가 빠졌는데 아래쪽에 작업자를 가격해서 사망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열려 있는 공간에선 공구나 벽돌 같은 자재가 떨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이걸 막아줄 안전망을 위쪽에 설치해야 합니다.
일부 난간은 설치하다 말았습니다.
오르내릴 때 잡을 게 마땅치 않습니다.
[2미터 정도는 본인이 두려운 높이라고 자각하질 못하거든요. 오히려 그 정도 높이에서 작업할 때 많이 추락 사고가 (납니다.)]
점검하고, 과태료 물리지만 나아지질 않습니다.
[김유정/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 '법대로 어떻게 다 지키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나는 이렇게 해 줬는데 일하는 사람이 조심해야지…']
사업주를 세게 처벌하면 안전을 챙길 거란 생각으로 만든 게 중대재해법입니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처벌 사례는 아직입니다.
그러는 사이 기업들은 사업주 처벌에만 관심을 뒀을 뿐 사고 예방은 뒷전으로 미룬 겁니다.
[김성룡/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고가 나도) 자기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CEO는 특별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겁니다. 또 방치가 되는 거죠.]
정부는 기업 스스로 안전 관리하라고 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빠졌습니다.
[문여송/건설노동자 : 노동자들의 의견이나 안전에 대한 어떤 권위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야 처벌하는 걸 넘어 그 전에 감독하고, 책임 물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박민규 기자 , 김상현, 김재식, 정재우, 류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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