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여야가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제2의 을사늑약이다, 이렇게 공방을 벌이고 있죠. 오늘(24일)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로 나왔는데요.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이번 회담을 '굴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심을 확인한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공세를 한층 강화했는데요. 관련 내용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제12회 국무회의 (지난 21일) :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저는 현명하신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며, 현명하신 국민을 믿는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 현명한 국민들,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굴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일본에 약속한 강제동원 문제, 이 역시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62%에 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었다고 강조했죠?
[제12회 국무회의 (지난 21일) :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미래세대,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연령대별로 살펴보니, MZ세대에서도 굴욕적이란 응답이 훨씬 높았습니다. 성공적인 회담이란 답변이 많은 연령대는 60대 이상뿐이었는데요. 미래세대보다는 어르신세대가 희망과 기회를 본 듯합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강제동원 문제뿐 아니라, 민감한 여러 뒷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죠. 일본 언론을 통해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물론 심지어 '멍게'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모두 일본 측 관계자발로 말입니다. 우리 국민들 입장에선 하나같이 열불나는 사안들인데요. 정치권에선 기시다 내각이 이번 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기시다 수상이 말이죠. 우리 윤석열 대통령은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갖고 논 거예요. 그래서 정상회담에서 원래 의제로 삼으면 안 되는 일본 수산물 문제나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를 거론했고요. 그러고 나서 자기들이 그걸 거론했다, 이렇게 언론플레이를 했지 않습니까?]
기시다 정부, 한일 정상회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내각 지지율이 전달보다 4.9%p 수직상승하며 45.9%를 기록했습니다. 자민당에선 지지율이 더 오를 거라고 내다봤는데요.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걸까요? 이참에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자신감이 붙은 겁니다. 그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어떨까요? 여전히 30%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을 옹호하며 내놓은 여권 인사들의 말들. 이 역시 민심을 자극하고 있죠. 어제는 '역사관'을 의심케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한무경/국민의힘 의원 (어제) : 한·일 합방이 누구의 잘못이냐. 이제는 우리나라도 '예스냐, 노냐' 이런 이분법 사고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우리가 그레이존에 사는 게 훨씬 많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1910년 한·일 합방은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당했습니다.]
'한일합방'이란 용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이 처음 사용했죠. 지금은 사라진 말입니다. '한일병탄'이 옳은 표현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 한일합방을 당했다라? 전형적인 식민사관입니다.
[전우용/역사학자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 1일) : 우리 탓으로 나라를 잃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 식민주의자들의 일관된 논리였고… 그러니까 지금으로 보면 뭐냐면 모든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피해자 책임론이에요.]
피해자 책임론, 국민의힘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은 '식민지 콤플렉스'를 주장하기도 했죠.
[정진석/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0일) : 당당하게 일본을 대하자.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입니다.]
일본에게 당당하게 사과와 배상을 받겠다는 게 '식민지 콤플렉스'라는 걸까요? 하긴 윤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총장은 "식민 지배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죠.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 200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길이 120m의 첨탑이 세워졌죠.
[JTBC '톡파원' (지난달 27일) : 저 뾰족한 첨탑이 바로 '더 스파이어'입니다. 원래는 저 자리에 영국의 국민 영웅으로 불렸던 넬슨 제독의 동상이 있었는데요. 아일랜드의 1인당 GDP가 영국을 추월한 것을 기념으로 세워졌다고 해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 1800년대 중반, 이른바 '감자 대기근'을 걲었는데요. 그럼에도 영국은 식민지 수탈을 멈추지 않았죠. 결국 수백만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JTBC '톡파원' (지난달 27일) : 이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 주민의 4분의 1이 줄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일랜드의 민족주의자 존 미첼이 '감자를 망친 것은 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대기근으로 만든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150년 전 '역사'를 잊지 않은 아일랜드, 당당해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결국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배 사과 요구, 아일랜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세상을 떠나자, 옛 식민지들은 애도를 거부하기도 했는데요. 영국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국력이 약해 아직까지 제대로된 사과를 받아내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한일 정상회담의 부정적 여론을 확인한 야당,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였는데요.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야당들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고, 삼권분립마저 위태롭게 한 제3자 변제안을 비롯하여, 대일 굴욕외교 과정에서 불거진 우리 국익과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 경제권까지 위협한 진상들 하나하나 규명하고 바로잡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한 의혹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멍게가 있었냐, 없었냐가 아니라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문제를 논의했냐, 안 했냐가 중요합니다.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정의당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지는 거 아니냐? 물음표를 달았는데요.
[심상정/정의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래가 뭔지에 대해서 지금 이야기를 안 하고 있어요. 그게 한·미·일 군사동맹인지, 또 동북아식의 나토에 동참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됩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미일 동맹을 전제로 자위대가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상정/당시 정의당 대선후보 (지난해 2월 25일) :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거 하시겠습니까?]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해 2월 25일) : 저게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닙니다…]
군 당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선을 그었는데요.
[이종섭/국방부 장관 (어제) : 군사동맹이라는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일, 한·미·일 군사동맹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죠.} 예, 그렇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붙은 수많은 물음표들,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놔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죠.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제12회 국무회의 (지난 21일) :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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