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고고 있습니다. 여러 사안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간 의견 대립이 두드러지는데요. 어제(25일) 의원총회에서는 이재명 강성 지지층 개딸, 또 대의원제 폐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항대립, 두 가지의 대립적인 요소가 한 짝을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요. 현재 민주당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기준으로 친명과 비명으로 갈라졌죠. 이 대표와의 친소관계를 떠나 양측은 여러 현안을 두고도 입장이 갈리는데요. 오늘 '줌 인'은 친명과 비명이 대립 중인 사안 두 가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첫번째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입니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어제) :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 이렇게 억압하는 행위는 민주당을 해치는 행위라고 하는 점을 우리가 다 같이 인식하고, 인정하고 또 이런 '도를 넘는 적대와 공격 행위를 중단해야 된다'라고 하는 의견들에 많은 분들이 동의했다, 공감을 표시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지난 12일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가 당의 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죠. 민주당을 향해 거침 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는데요.
[양소영/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지난 12일)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를 벗어난 정당이 되었습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충정도 드러났는데요. 지도부를 위한 일종의 간언도 담은 겁니다.
[이학준/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장 (지난 12일) : 우리 스스로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국민이 제시하는 기준에 발맞춰 나아가야 합니다. 상대 정당보다는 낫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잘못을 덮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기자회견 이후였습니다. 개딸 입장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이 수박으로 보였나 봅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년 정치인들을 향해 폭언을 쏟아낸 건데요. '카톡 감옥', 카카오톡 채팅방에 강제로 초대돼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는 걸 뜻하죠. 일부 개딸이 청년 정치인들을 카톡 감옥에 가두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양소영/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대형 카톡방이라고 소위 불리는 그런 방에 이제 번호나 신상이 노출이 되면서 모르시는 분들이 그 방에 초대를 해서 저희한테 뭔가 욕설, 또는 해명을 요구하는 '왜 이런 걸 했냐' 강하게 이렇게 뭔가 압박하는 메시지를 이제 하고 있고…]
일부는 인신공격과 성희롱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양소영/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일단은 욕설을 할 수는 없고요. 여기는 이제 방송 중이니까 욕은 할 수는 없는데 아까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것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별로 안 좋은 게 아니라 뭔가 '법적조치를 해야 되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던 거는 이제 성희롱적 발언 그런 것도 있었고…]
어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는데요. 애초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개딸에게 청년 정치인 등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았죠. 의총에서도 비명계는 개딸에 과격 행위 자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일부 친명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결의안 채택은 불발됐습니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어제) : 별도의 입장문이나 결의문보다는 이런 공감대나 이런 논의가 있었다라고 하는 점을 제가 알려드리는 방식으로 이런 메시지를 내기로 했습니다.]
특히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이 결의안 발표를 반대했다고 하는데요. 가상자산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의원의 사례를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청년이라고 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게 맞나. 김남국 의원도 청년이지만 우리가 보호해 주진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요. 기자회견을 한 청년 정치인들도 김남국 의원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셈입니다. 민주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카톡 감옥에 갇혀 욕을 먹어도 싸다는 걸까요? 김용민 의원의 이 발언으로 의총장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하는데요. 비명계 의원 여러명이 "그만 좀 하라"며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조응천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 입으로 X을 쌌다"고 평가 절하했는데요.
다만 일부 친명 의원들은 김용민 의원 발언에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실제로 친명계 내에선 개딸을 싸잡아 매도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원욱 의원도 그랬고 그냥 욕설하고 이런 사람을 그냥 개딸이라고 지칭하다 보니 어떻든 좋은 정치를 하고자 하는 젊은 청년들의 많은 부분이 개딸이라고 하는, 그 개딸 이름이 '개혁의 딸', '개혁의 아들' 이런 이름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그냥 매도해서는 안 된다.]
두번째로 의견이 갈린 사안은 #대의원제인데요. '대의원제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의원제 폐지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기점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이죠. 일부 대의원이 아니라 권리당원이 모두 참여하는 선거였다면 돈 봉투 사건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인데요.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 6,00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권리당원은 약 120만명에 달하는데요. 대의원 숫자가 권리당원의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겁니다.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표를 반영하죠. 계산해보면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약 56명의 표와 맞먹는 셈인데요. 대의원 제도를 폐지한다면 당원 1명당 1표라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당원권 강화의 일환으로 대의원제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바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이재명' / 지난 24일) : 당도 당원이 주인이라고는 하는데 실제 주인인지는 아직까지는 약간 의구심이 많은 상태인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우리 당원 국민들께서도 '아니 요즘 세상에 무슨 1인 1표가 아니고 1인 50표, 100표 말이 되냐' 이런 생각 하시는 거고 얼마 전에 무슨 봉투 사건 어쩌고 하는 것도 (대의원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그 구조와. 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기는 해요.]
친명계도 대의원제 폐지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인데요.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대의원 제도 폐지냐,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대의원의 전당대회 표의 가치와 권리당원의 가치를 같게 하자'라는 의견도 있었고 그리고 이제 정청래 최고가 '그것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었고, 개인적인 주장이었다' 이런 얘기도 좀 하고요.]
사실 대의원제 폐지는 개딸 문제와 결부돼있습니다.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개딸의 입김이 지금보다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친명계 입장에서는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할 이유가 딱히 없을 텐데요.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총에서 전해철, 김종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지금 현재 민주당 대의원 제도가 그런 대표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거든. 그러니까 이걸 민주적인 대의원 제도로 가야지,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거는 안 된다는 거지.]
김종민 의원은 대의원제가 필요한 근거로 영국의 브렉시트 사례를 제시했다고 하는데요.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대의원제 없애자, 대표 민주주의 하지 말자, 그냥 총회에서 결정하자. 그러면 우리가 브렉시트 같은 그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게 민주당을 위해서 좋은 방향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민주당의 지역별 당원 분포 특성상 대의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영남에 비해 호남의 당원 비율이 높죠. 대의원제가 없으면 영남 당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인데요.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대의원제도가 대의민주주의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라고 하는 의견과 '영호남의 권리당원 숫자가 다를 수 있다' 영남이 권리당원이 적거든요. 호남이 많기 때문에 그냥 '1대 1 권리당원으로 한다면 영남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의원제가 필요하다' 이런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자, 오늘은 민주당 내 친명계와 비명계가 이견을 보이는 두 가지 사안에 '줌 인'해봤는데요. 이항대립의 세계에서는 중간 지대의 목소리는 힘을 잃기 마련이죠. 정치의 영역에선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여야, 좌우 사이 극한 대치가 이어지다 보면 타협도 절충도 찾아볼 수 없게 될 텐데요. 과연 민주당이 이항대립을 극복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현명하게 하나로 모아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이재명 대표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12월 12일) : 가능하면 저희는 정치가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원만한 협의가 되면 좋겠단 말씀드립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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