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어버이날 한 여중생이 '친구들의 오랜 괴롭힘에 고통스럽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고 언어폭력을 일삼는 이른바 '사이버 폭력'을 겪었다는 건데,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보도입니다.
<기자>
딸의 영정 사진을 들고 학교 앞 도로에 주저앉은 아빠.
고등학생 오빠도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학교 주변에는 세상을 떠난 중학교 1학년 A 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꽃들이 놓였습니다.
삶의 끈을 놓기 직전 A 양은 가해자로 지목한 친구의 부모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7월, 같은 반 친구로부터 "비밀을 소문냈으니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은 이후로 고통이 시작됐다고 썼습니다.
사과를 했는데도 악의적인 이야기가 퍼졌고, 언어폭력과 따돌림이 SNS 등을 통해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A 양 아버지 : (딸이) 갑자기 어울리던 친구들이 말을 안 한대요. 술 담배를 한다는 둥 온갖 악의적인 소문들이 막 돌면서….]
A 양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어 자신의 손등을 뜯었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까지 날짜별로 썼습니다.
학교 측에 가해 학생과의 학급 분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해 학생 아버지가 사과하면서 학교폭력위원회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그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 A 양은 괴롭힘이 계속됐다고 호소했고, 지난 어버이날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A 양 아버지 : (누가 했는지) 다 물어보면 다 아니래. 내 딸만 죽었어요. 소문에 대한 공포, 실체 없는 공포 때문에.]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A 양처럼 SNS 등을 통한 사이버 학교 폭력을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3명 중 한 명에 달했고, 그 비율도 2년 만에 두 배나 급증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가족들은 이제라도 가해 학생들을 모두 찾아내 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학교 측에 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A양 아버지 : 내 몸에서 뺄 수가 없어. 우리 우리 딸이 입었던 옷이에요. 버릴 수가 없어.]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이상민)
김지욱 기자(wo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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