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경찰관이 이주노동자들 모임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참석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경찰은 한 이주노동자에게 돈을 건네며 불법 환치기 업자에게 송금을 해보라는 요청까지 했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불법적인 일을 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경기도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태국인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농장주가 시체를 유기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지역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 서울 한 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 소속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이 경찰관은 이후 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에게 부탁해 불법 환전업자에게 130만 원을 송금하도록 하고, 생활비 30만 원을 건넸습니다.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침투해서 이주노동자를 돈으로 매수해서 일종의 함정 수사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이 행동, 이 과정 자체가 프락치들이 하는 작업이죠.]
단체 측이 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경찰관은 종교인으로서 외국인을 도와주려고 했다며 일부러 신분을 감춘 건 아니라고 사과했습니다.
단체 측은 힘없는 이주노동자에 접근해 수사에 무리하게 동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환치기 업자에게 단 1원이라도 송금하면 외환거래법 위반입니다. 과태료만 받아도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비자 연장이 어려운데…. 이렇게 불법적인 일을 시켰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경찰관은 자신의 요청으로 이주노동자가 송금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소액 송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이주 노동자가 환치기 업자에게 보낸 송금한 돈도 자신이 건넨 돈"이라며 "이주노동자도 도와주겠다고 했던 만큼 단체가 주장하는 위장 수사가 아닌 '협조 수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법률상 경찰의 신분위장수사나 신분비공개수사는 디지털 성범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박지인, 자료제공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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