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인천 송도의 한 신규 아파트에서 혹파리 떼가 출몰했습니다.
아파트 내부에서 이렇게 대규모 혹파리 떼가 발생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요.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태가 이어졌는데, 하나같이 새 아파트에서 발생을 했고요.
지난달에는 또다시 송도에서 15년 만에 혹파리떼가 나타나서 주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혹파리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건지 그 발생 원인이 아직도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추적해 봤습니다.
집안 살림살이가 아파트 거실 곳곳에 어지럽게 쌓여 있습니다.
4월부터 시작된 혹파리 출몰 때문에 집안 곳곳에 약을 뿌리느라 짐을 빼놓은 겁니다.
[김 모 씨/아파트 혹파리 피해자 : 지금 1차 2차 방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벌레가 하루라도 안 닦으면 이 정도 이렇게 나와요. 너무 스트레스받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니, 크기만 다를 뿐 파리 구더기와 비슷합니다.
성충이 되면 불빛을 따라 집안을 날아다니는데, 국내에는 없었던 외래종 나무 곰팡이 혹파리입니다.
[이 모 씨/아파트 혹파리 피해자 : 살충제를 어마어마하게 샀거든요. 태어나서 써보지도 않은 별의별 종류의 살충제 있죠. 뿌리는 거, 바르는 거….]
발생 원인은 붙박이 가구 재료로 쓰인 파티클보드.
톱밥에 접착제를 섞은 뒤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만든 겁니다.
[전문식/그린 F5 대표 : 보이는 데는 전부 곰팡이를 잡거나 (혹파리) 성충을 잡을 수 있는데 (붙박이장) 뒷부분을 보면 저렇게 다 파티클 보드 형태인 거예요.]
한 가지 특징은 국산 파티클 보드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국내 유통량의 절반 넘는 태국산에서 유독 피해가 잇따른다는 겁니다.
소나무 등 폐목재로 만드는 국산과 달리 태국산은 고무나무가 대부분입니다.
[신승훈/합판보드협회 부장 : (고무나무 특성상)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곰팡이 발생이 높고 그로 인해 그걸 먹이로 하는 병해충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파리가 낀 파티클보드를 확대해 보면 노란 알갱이가 보이는데 이게 바로 곰팡이입니다.
하나같이 새 아파트에서만 문제가 됐는데, 시공 과정에서 생긴 습기를 제때 못 뺄 때 혹파리가 번졌습니다.
15년 전 첫 혹파리 발생 당시 한 연구팀이 원산지인 태국까지 가서 조사했지만, 현지 여건상 유입 경로를 밝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렇게 혹파리 발생 경위가 사실상 미궁에 빠진 건데, 여기에 수입 검역 제도의 허점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SBS 취재 결과, 현재 검역 기준상 원목 등 일반 목재와 달리 파티클보드는 가공품으로 분류돼 수입 통관 검역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건, 검역에 구멍이 난 사이 외래종 혹파리의 국내 토착화가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 발생 혹파리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유전형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강지현/고려대 한국곤충연구소 연구교수 : 2008년에 도입된 종들에서 그 종의 유전형이 거의 유지가 되고 있어요. 아마도 들어와서 우리나라에 적응해서 있을 가능성이 좀 높다고 생각됩니다.]
문제의 혹파리에 대한 최근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성충이 아닌 유충 단계에서도 무성 생식을 통해 새끼를 낳는 등 번식력이 더 강화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다 기후변화 가속화까지 맞물리면 국내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높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파티클보드입니다.
혹파리 유입 출처로 우선 의심되는 동남아산 제품에 대한 제조 및 유통 경로에 대한 실태 조사는 물론이고요, 혹파리 발생 아파트에 대한 역학 조사도 시급합니다.
(기획 : 노유진, 구성 : 박정현, CG : 엄소민·김문성, 영상취재 : 전경배·최대웅,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오세관)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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