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몇 년 전 방송인 사유리 씨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꽤 있습니다. 그러나 사유리 씨 같은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불법이어서가 아닙니다. 산부인과학회가 지침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31살 세영씨는 2년 전 비혼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세영 (가명)/비혼출산 준비 중 :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한 거지 내가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한 건 아닌데.]
하지만 찾아가는 산부인과마다 혼인증명서나 사실혼 확인서를 요구했고, 결국 해외 시술도 알아봤습니다.
[세영 (가명)/비혼출산 준비 중 : 엄청 비싸더라고요. IVF(체외수정) 시험관 같은 경우에는 보험 적용 안 되면 회차당 2만달러.]
지난달엔 미국에서 셀프 임신 키트까지 사왔지만 기증받은 정자를 특수 주사기로 몸 안에 넣는 다소 위험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사실 국내 비혼 여성의 인공수정 시술은 불법이 아닙니다.
이곳 산부인과학회가 부부를 대상으로만 가능하다며 지침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는 이 윤리지침이 남편 없는 여성들에게 차별적이라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박중신/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2022년 10월 / 국정감사) : {산부인과학회의 지침으로 월권하는 것 아닌가요?} 검토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끝내 개정을 거부한 산부인과학회는 모자보건법에서 난임을 부부사이의 일로 규정하고 있어 독신 여성에겐 시술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작 보건복지부는 왜 의사들이 금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단 입장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모자보건법상에는, 생명윤리법상에도 그렇고 비혼자에게 제도적으로 이거(시술)를 막고 있는 거는 없잖아요.]
최근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도 학회의 지침이 부당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정호/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 불법이라고 하는 근거가 없다는 거죠. 이 환자 우리가 안 해주면 방법이 없는데 이 정도의 기본권을 갖다가 안 해줘도 되나 하는 회의감이 있거든요.]
실제 세계 최대 정자은행 크리오스에 따르면 독신 여성이 이용자 54%를 차지합니다.
[세영 (가명)/비혼출산 준비 중 : 의료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누가 임신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결정하고 있는 거잖아요.]
(PD : 박서혜 / VJ : 한재혁·장지훈 / 인턴기자 : 김지현·고선영·김채현 / 영상디자인 : 배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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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수 기자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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