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날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군함과 전투기의 미군 위협 관련 질문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증가하는 중국군의 공격성의 일부"라고 지적한 뒤 "(상황 오판 시) 머지않아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군 구축함 앞 지나가는 중국군 구축함
[미 해군 제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지난달 26일 중국군 J-16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RC-135 정찰기 앞을 스쳐간 적이 있었으며, 지난 3일에는 대만해협에서 중국군 이지스 구축함이 미군 이지스 구축함에 불과 150m 거리까지 다가가 항해하는 등의 위협 행동이 있었다.
커비 조정관의 발언은 빈도가 잦아지는 중국 해군의 행위에 대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다.
그러자 셰펑 신임 주미 중국대사는 7일(미국 현지시간)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행사 연설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대만 문제를 제대로 관리·통제하는 것이 (미중 관계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셰 대사는 특히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는 것과, 미국 일부 인사가 '대만으로 중국 제압'을 떠들어대는 것이야말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사태를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 당국자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처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의 신경전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실전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월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로 명명된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을 24개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했다.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대만, 심지어 일본 등도 모두 큰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인지 미중 양국 모두 상대국을 향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지난 5일 베이징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했다.
미 국무부는 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최근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셰 대사도 "세계가 좋아지려면 중·미관계는 더 이상 나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중 양국은 향후 최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디리스킹(탈위험화)'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갈수록 첨예해지는 패권경쟁 속에서 대만 문제는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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