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찍힌 아파트 너머로 희뿌연 연기가 솟구칩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지만, 좁은 이면도로를 지나는 소방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합니다.
노면에 적힌 '긴급 차 통행로' 표시가 무색하게, 아파트 단지 진입로 절반을 막아선 주정차 차량 때문입니다.
지난달 9일 발생한 부산시 개금동 아파트 화재 출동 장면으로, 당시 일가족 3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 7층에 살던 40대 남성과 장모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4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졌고 아이만 목숨을 건졌습니다.
119신고부터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9분으로, 평균치인 7분과 비교하면 2분 차이지만, '골든타임'은 지난 뒤였습니다.
이처럼 불법 주정차 차량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의 발목을 잡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7년,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대표적입니다.
[권기홍 /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소방대원 : 처음에 왔을 때 주차 차량이 있어서 차량을 다 빼고 나서, 주차 차량 때문에 굴절(사다리)차를 전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량을 빼고 나서 전개를 시켰습니다.]
이듬해 소방차 통행 방해 차량을 강제로 치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보완됐고 소방관 면책 조항도 신설됐지만, 지난 5년 동안 실제 강제처분 사례는 네 차례에 그쳤습니다.
강제처분 전 차주에게 이동조치를 요구하고 소방서장 등 책임자 지시를 받기까지 절차가 복잡한 데다, 민원으로 인한 갈등까지 현실적인 제약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미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동 조치 요구까지 하지 않고 즉시 강제 처분에 나서서 소방차가 최대한 빨리 화재 현장이나 구조구급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사이,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사례는 매년 만 건 이상 적발되고 있습니다.
[정우택 / 국민의힘 의원 : 내 집에 불이 났는데, 불법 주차한 차주에게 (차 빼달라고) 전화를 하느라고 소방차가 늦게 왔다고 하면 그것을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과감히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간소화하는 절차가 조속히 시행돼야 합니다.]
긴급 상황에서 현장 소방관이 강제처분 조처를 주저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민원 전담 인력을 따로 두는 등 맞춤형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촬영기자ㅣ이성모
촬영기자ㅣ한상원
영상편집ㅣ정치윤
그래픽ㅣ박유동
자막뉴스ㅣ이 선
#YTN자막뉴스 #강제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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