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속되는 폭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목숨까지 잃게 하는 재난입니다. 지난 달 홀로 지내던 기초생활수급자가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받아주는 병원을 찾다 끝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편의점 냉장고를 열어 이온 음료를 꺼내던 최모 씨가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집니다.
일어나려 애쓰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최초 신고자 :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왜냐면 몸을 떨었거든요.]
신고를 받은 구조대원들이 도착한 11시 3분, 체온은 이미 40도였습니다.
들것에 실린 채 몸을 떨었습니다.
[목격자 : 헐떡거리더라고. 누워가지고 숨을 몰아쉬면서 그러더라고.]
최씨는 집이 바로 앞이라며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소방 관계자 : 집 입구부터 50㎝ 이상 이렇게 쓰레기가… 집안 내부도 그렇게 시원한 게 아니었다 보니까…]
환자가 쉬기에는 적당치 않은 환경에, 돌봐 줄 가족도 없는 처지라 소방은 병원 이송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파업의 여파인지, 갈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소방 관계자 : 병원 선정 전에 14군데 정도 병원에 연락을 돌렸는데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12시 37분에야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했고, 열사병 진단을 받은 직후 숨졌습니다.
최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스스로 건강을 돌볼 여유도 없었고, 술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폭염은 이런 취약계층에게 더 잔인합니다.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온열질환자 중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의 3배였습니다.
올해도 온열질환자 절반 이상은 단순노동자나 직업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평등하지 않은 재난인 폭염, 더 살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오은솔]
이은진 기자 , 이동현, 유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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