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밀려오는 한파에…'K-반도체' 대비책은
[오프닝]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앵커]
인공지능, AI 시대가 열리면서 'K-반도체'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커졌습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확고부동한 최대 주력 수출품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미래 한국경제의 첨단 산업 경쟁력에도 K-반도체는 핵심입니다. 더구나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을 반도체 분야가 좌지우지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특히 메모리 칩 분야에서 공급 과잉 등의 이유로 하락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기대를 밑돌기도 했는데요.
반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반도체 겨울론'을 일부 불식시키기도 했습니다.
먼저 관련 상황, 강재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반도체 겨울론' 맞나…AI 수요에 글로벌 실적 호조 / 강재은 기자]
[기자]
전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의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지난달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매출액 77억 5천만 달러, 영업이익 15억 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12% 증가한 겁니다.
이처럼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인공지능 AI 열풍에 데이터센터용 칩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은 고대역폭 메모리, HB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SSD의 수요가 강세를 보여 수익성이 개선됐고, 매출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마이크론 역사상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2025 회계연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쪽의 견고한 수요는 첨단 노드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건전한 수요-공급 역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약 87억 달러, 우리 돈 약 11조7천억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약 4억 달러 넘게 높은 수준입니다.
마이크론은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와 함께 인공지능에 필수적인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4분기에 '깜짝 실적'을 보이면서 최근 불거진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등의 수요 감소와 HBM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마이크론의 실적이 이런 우려를 깼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 6월 HBM의 올해 생산분과 내년 생산 예정분이 모두 팔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오히려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인공지능 관련 시장 규모가 매년 40~55% 성장해 2027년에는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칩과 인공지능 관련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칩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월평균 가격은 하락세를 보여 반도체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연합뉴스 강재은입니다.
[이광빈 앵커]
K-반도체에 대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우려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가에선 이를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하고 있는데요. 관건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메모리 1위 업체답게 위상을 되찾느냐입니다.
이어서 장한별 기자입니다.
[K반도체 '겨울론' 과하지만…삼성 위기 극복 주목 / 장한별 기자]
[기자]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겨냥해 '겨울이 곧 닥친다'는 제목으로 비관적 전망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D램 업황은 올해 4분기 고점을 찍은 뒤 2026년까지 공급 과잉에 시달릴 것이고, 인공지능 AI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 HBM 역시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와 함께 목표 주가를 대폭 낮췄는데, 이에 영향을 받은 기업들의 주가가 한 때 큰 폭으로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 맥쿼리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 주가는 이전보다 약 50% 내렸습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외국계 큰손들의 'K-반도체 때리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액 성장률이 20% 이상 기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버서플라이(공급 과잉)로 인해 HBM 가격이 많이 빠지고 그게 결국 반도체 사이클을 끌고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의 분석에도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당장 굉장히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아직 굉장히 좋죠. 지난 9월에 136억 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반도체 경기가 둔화돼도 그 폭은 깊지 않고 기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낮아진 전망치에도 부합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홀로 부진한 점은 K-반도체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성명을 내며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선언한 만큼 반도체 거인인 삼성전자가 다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 논란에 불을 지폈지만 이를 불식시킬 만한 지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뒷심만 발휘해준다면 업계에선 겨울론에 크게 좌우될 필요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연합뉴스TV 장한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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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코너]
K-반도체의 '겨울론'에는 삼성전자에 불어닥친 찬바람 탓이 큽니다. 삼성전자의 위기설에는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굳혀온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설정해왔습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등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커지는 데다, 특히 AI칩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목표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받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제치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목표와 달리 현실에선, TSMC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약 2조9천4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에도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파운드리 분야의 부진은 대형 고객사 확보와 수율 관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에 그쳤습니다. 반면 TSMC의 점유율은 62%에 달했는데요. TSMC는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습니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고객사이자 오랜 동맹관계였던 구글이 차세대 모바일칩 생산을 TSMC에 맡긴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고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이기도 한 글로벌 IT 공룡들이 삼성전자에 AP 등의 위탁생산을 맡길 경우 기술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분사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부진을 놓고 파운드리를 3나노가 아닌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수율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고, 고객 친화적인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인데, 파운드리 분야에서 반전의 시나리오를 쓸지 주목됩니다.
[이광빈 앵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대표적 효자 상품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데요. 메모리 반도체 1위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양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임혜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수출 효자' K반도체…초격차 기술 노린다 / 임혜준 기자]
[기자]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36억 달러, 우리 돈 18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석 달 만에 또다시 갈아치운 겁니다.
9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자리한 비중만 20%가 넘습니다.
특히 AI칩 제작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60%나 늘어났습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적 '효자'로 불리게 된 이유입니다. 우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세계 HBM 시장의 90% 이상을 점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5%에 불과합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HBM인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3월 8단에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엔비디아로의 납품을 확정 지은 겁니다.
선두 자리를 뺏긴 삼성전자도 추격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납품 평가 통과 소식은 아직입니다.
이미 5세대 HBM시장 선점에 뒤처진 만큼 한걸음 앞선 6, 7세대 HBM 개발전에 치중한 분위기도 읽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HBM4를, 내후년 HBM4E 양산을 공언했습니다.
"훨씬 더 빨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더 큰 용량의 메모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HBM4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주도권 싸움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 하는…."
결국 기술 개발과 양산 속도가 향후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의 제1의 공급처 자리를 꿰차기 위한 양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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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 앵커]
AI 시대에 반도체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6,110억달러, 한화로 약 830조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6,870억달러, 한화로 93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CPU와 GPU, AP 등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시장의 역동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의 판도도 대응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제왕으로 불려 온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위기를 보듯, 첨단 산업에서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빠른 시장 판단과 적절한 투자가 필요한데요.
기업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관련한 행정적 지원과 인재 양성 등의 측면에서 사회적, 정책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경쟁력 유지에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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