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월요일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원인이 뭔지 또 그게 우리 경제와 생활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성일 경제전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원화 값, 오르내리는 움직임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 이성일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했던 작년 12월 계엄 사태 직후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최근 환율은 1400원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원화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6개월 사이에 6% 넘게 오른 셈입니다.
시장의 불안· 변동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숫자는, 이달 들어 하루 사이 움직임이 평균 25원을 넘어선 환율의 '진폭'입니다.
작년 7월, 하루 7원 남짓했던 움직임에 비교하면 3.5배 수준으로 커진 것입니다.
특히 지난 5월 2일-48.5원처럼, 안정된 시기라면 1년 동안 움직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움직인 날도 있었습니다.
◀ 앵커 ▶
국내정치 이슈도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관세부과·통상 정책 같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탓이 큰 거죠?
◀ 이성일 기자 ▶
지난 12월 계엄사태 이후 원화 가치가 가장 떨어졌던 날은 지난 4월 8일인데,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했던 날입니다.
관세 부과가 국제 무역을 위축시키고,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충격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것입니다.
미국 통상정책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지는 또 다른 장면은, 지난주 목요일이었습니다.
이날도 환율 등락폭이 30원에 이르렀습니다.
발단이 된 것은 우리와 미국의 외환 당국자가 이달 초 유럽에서 '만났었다'는 뒤늦은 외신 보도였습니다.
'외환' 담당 고위 당국자가 만났다는 사실에서, 시장은 '미국이 달러를 약세로, 원화를 강세'로 끌고가도록 압박했을 것이라고 예측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이 무역적자의 축소라면, 언제든 우리나라 같은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달러 약세를 강제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습니다.
달러 약세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여 미국의 무역 적자를 축소하는 방향의 외환 시장의 움직임이기 때문입니다.
◀ 앵커 ▶
미국이 무역 적자를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 텐데, 과거에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습니까?
◀ 이성일 기자 ▶
1980년대 미국은 지금처럼 커다란 무역적자·재정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상대로 큰 무역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 독일을 상대로, 달러 약세-즉, 엔화·마르크화 강세를 유도하는 외환 시장 개입에 합의합니다.
1985년 9월, 회담이 열린 뉴욕 플라자 호텔 이름을 따, 플라자 합의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합의를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전 세계 외환 시장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장이 된 스티브 미란이 트럼프 대통령 별장 이름을 딴 '마러라고 합의'로 부르는, 유사한 달러 약세 유도 구상을포함한 보고서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플라자 합의로 돌아가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크게 줄지 않은 반면, 엔화의 기록적 강세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불러 온 도화선으로 평가됩니다.
시장의 예측과 불안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 앵커 ▶
환율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미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내 생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이성일 기자 ▶
경제규모·생활 수준의 국제적 비교를 보면 환율의 마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이 큽니다.
우리나라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천 달러를 넘어 세계 6위권으로 평가됩니다.
이때 환율의 기준은 지난 1년 평균 환율인데, 만약 2024년 평균 환율이 1500원이었다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2천 달러대로 계산됩니다.
일본, 대만보다 낮아집니다.
그런데, 환율은 단순한 평가, 자존심 싸움 이상의 중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처럼 원화가 약해지면 휘발유, 밀가루 같은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 불러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반대로 원화가 강해지면, 물가 압력을 줄어듭니다.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원화가 약세일 때 유리할 것입니다.
양면을 가진 외환 시장 움직임에서 분명한 것은, 플라자 합의 같은 인위적 변경, 최근 같은 급격한 변동은, 기업이나 가계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 때문에, 외환 시장 변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앵커 ▶
원화가 계속 약해지면 물가가 더욱 올라가고, 결국엔 서민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되겠네요.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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