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방송일시 : 2023년 1월 11일 (수요일)
□ 진행 : 박지훈 변호사
□ 출연자 :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지훈: 1,825일 동안 1,195개의 행사. 이렇게 많았습니까, 행사가?
◆ 탁현민: 그게 사실은 임기 말까지 카운팅한 것도 아니에요. 임기 종료 2~3개월 전까지만 세워봤던 거고. 조금 더 되겠죠, 사실은. 그리고 거기에는 해외 순방, 해외 순방에서 했던 행사는 또 빠져 있어요. 그게 대략 53개국에 600여 개 행사가 더 있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이번에 정리하고 카운팅하면서 '이렇게 많이 했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지훈: 그 모든 행사에 거의 관련성이 있었던 겁니까?
◆ 탁현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관련이 있었죠.
◇ 박지훈: 이렇게 많은 행사가 지금 보면 거의 하루에 한 개꼴인데. 목차를 보니까 군 관련 행사가 유독 많았던 것 같아요. 그걸 대통령께서 신경을 썼던 겁니까?
◆ 탁현민: 제가 어느 자리에서 그 말씀 한 번 드린 적이 있는데, 대통령이 진짜 '밀덕'이에요. 밀리터리 마니아예요. 그래서 어떤 군 관련 행사도 마다하시지 않으셨죠. 그러니까 대통령 일정이라는 게, 결국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철학과 주요 관심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대통령이 어떤 행사를 많이 하느냐가 그 대통령이 해왔던 생각의 흐름을 쫓아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분석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유독 군 관련 행사가 많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그러한 것에 관심도 많았고. 그리고 또 군 통수권자니까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셨겠죠. 그리고 애정이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밑에서 일하는, 관련한 업무를 보는 제 입장에서는 군 관련 행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 박지훈: 그 행사 중에 기억나는 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투기 탑승했던 것.
◆ 탁현민: FA50 탑승하셨고요.
◇ 박지훈: 근데 그거는 '전투기 타십시오' 이렇게 대통령한테 말씀하신 겁니까?
◆ 탁현민: 약간은 에피소드가 있죠. 책에 제가 기술을 해놨는데. 그게 아덱스(ADEX)라는 공군 행사였어요. 그래서 아덱스라는 게 일종의 방산전시회 같은 건데. 첫 해에 한 번 참석을 하셨어요. 임기 첫해에. 그런데 그때는 블랙이글스가 에어쇼를 하고 서 있는 기체에 앉으셔서 손을 흔드는 정도로 비행기를 타보신 거고. 임기 마지막 해에 다시 아덱스가 돌아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혼자 이렇게 고민을 좀 해보다가, 대통령께 '비행기를 이번에는 한번 타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 의미는, '택시'라고 하거든요. 비행기가 날지 않고 활주로를 이동하는 것. 그걸 타보시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건데 대통령은 그걸 이륙해서 타보시는 걸로 생각을 하신 거죠.
◇ 박지훈: 전투기가 이륙하는 것까지?
◆ 탁현민: 예. 그래서 기회가 되고 조건이 충분하다면 나는 그렇게 한번 타보고 싶다. 그래서 계속 저와 대통령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죠.
◇ 박지훈: 질문하고 답변이 좀 달랐는데, 어쨌든 타는 건 타는 거네요?
◆ 탁현민: 어쨌든 타는 건 타는 거니까. 문제 없다고 하고 나오는데, 옆에 경호처장님이 그때 같이 계셨는데. 사색이 되셨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렇게 어려워하세요. 그냥 지상에서 이동하는 건데 뭐가 어렵겠어요' 했더니 대통령이 다르게 이해하신 것 같다는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날아가시는 걸 생각하고 계셨다. 그렇다고 이미 대통령은 하늘을 날고 계신데, '제가 아닙니다. 지상에서 타는 겁니다' 이렇게 할 수가 없어서.
◇ 박지훈: '그냥 밑에만 갑시다'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 탁현민: 그래서 공군 참모총장님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다 모여서 실제로 비행을 하려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느냐 해서 그걸 다 찾아서, 결국은 대통령이 사전 교육도 받고 탈출 요령 이런 거, 지켜야 할 과정들을 다 지키고 결국은 탑승을 하셨죠. 그랬던 일이 있었죠.
◇ 박지훈: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식도 눈에 띄었던데. 현장에 직접 가서 한 첫 임명장 수여식 같았어요?
◆ 탁현민: 맞습니다. 통상 대통령이 임명장을 직접 수여하는 경우는 장관급 이상이었거든요. 그런데 질병청장은 차관급이었죠.
◇ 박지훈: 보통 대통령한테 받으러 오지, 질병청이 지금 충북 청주에 있는데 대통령이 청주까지 가지는 않을 건데.
◆ 탁현민: 그런데 그때는 코로나가 지금보다 훨씬 엄중하기도 했고. 질병청이 최일선에서 가장 노력하고 또 모든 것을 통제하는 기관이기도 해서. 어떤 식으로 청의 승격과 이런 것들을 축하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초대 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임명장을 주는 것보다 대통령이 국민들을 대표해서 가서 임명장을 드리는 건 어떨까라는 의견을 드렸더니, 당시에 정은경 청장도 '자기도 직원들과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하셨고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던 거죠.
◇ 박지훈: 근데 이렇게 아주 웃으면서 이렇게 회상을 하시고 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보여주기 아니냐', '쇼통령 아니냐' 이런 얘기는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 탁현민: 정치는 모든 영역에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보여줌으로써 행하는 것이 정치지 보여주지 않는 정치가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가 있죠?
◇ 박지훈: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탁현민: 그러니까 제가 늘 얘기하는 거지만, 좋은 정치는 진실과 진심을 담아 보여주는 거고, 나쁜 정치는 욕망과 욕심을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보여주기다', '쇼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동안. 저를 두고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를 두고도 그렇고. 그 말을 했던 어떤 사람도 쇼를 하지 않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어요, 저는.
◇ 박지훈: 그분들도 쇼를 했다는 겁니까?
◆ 탁현민: 네. 제가 이 자리에서 얘기했나요. 결국 비난하는 사람과 비난받는 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차이는 하나인 것 같아요. 누가 더 잘하느냐.
◇ 박지훈: 잘해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 탁현민: 그렇게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마는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하느냐의 문제인 거지. '더 쇼'라는 말이 있어요. '더 쇼'는 미국 대통령이 '마린 원'이라는 미국 헬기, 그러니까 대통령 전용 헬기에서 내려서 기자들에게까지 걸어가는 그 이동 동선을 얘기하는 거예요. 미국 시크릿 서비스, 그러니까 비밀 경호국에서 그 이동 동선을 '더 쇼'라고 명칭을 붙였어요. 왜 그렇게 했냐. 레이건 대통령이 가장 대통령다운 위엄과 대통령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그런 단어이고 그런 행동이죠. 저는 정치란 결국은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원고 : 이은지
자막뉴스 : 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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