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을 포함한 야 3당이 주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조금 전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장관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죠. 국민의힘은 이 장관의 '법 위반'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발의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상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은 179표, 반대는 109표, 무효 5표였습니다. 과반인 150표 이상이면 가결인데 국회 2/3석 180표에서 한표 모자란 압도적인 가결이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공동으로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예견된 결과였죠. 국민의힘 115석 의원 대부분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상민 장관, 재난안전의 주무부처 수장이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전에도 사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단 평가를 받았고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도 않았습니다.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0월 30일) :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2월 23일) : 그 사후 수습을 위한 단계에 있어서의 중대본이라는 것은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달 6일) : 현재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고 안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저는 마지막까지…]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6일) : 좋습니다. 사의 표명이라도 하시겠습니까. {글쎄,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국회가 장관을 탄핵한 건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이 장관은, 본회의 표결과 함께 즉시 직무 정지가 됐는데요.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야 탄핵이 확정됩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의 행동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탄핵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죠. 민주당은 정권의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고 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민주당의 의도는 이재명 방탄, 이재명 사법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 합리적이지도 않고 합법적이지도 않게 이렇게 머릿수만 가지고 국정을 폭정으로 몰아가고 하는 것이 결국 국민과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할 거라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이번 탄핵안은 끔찍한 참사 앞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입니다. 파면되었어야 마땅한 주무장관을 지금까지 그 자리에 둔 것만으로도 이 정권은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역대 탄핵 사례들 좀 살펴보겠습니다. 중립의무 위반과 국정농단으로 노무현·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사법농단으로 임성근 당시 부장판사가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습니다. 추미애 당시 장관의 경우 본회의에서 탄핵이 부결됐죠.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된 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뿐입니다. 헌재는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안, 헌재에서 기각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경찰 특수본 수사를 통해 이 장관의 법 위반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거고요. 전직 대통령들의 탄핵 결정문을 근거로 들면서 "정치적 무능력·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에겐 경찰과 소방에 대한 직접 지휘수단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어제) :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안전사고 및 재난·재해 시 긴급구조·지원 등은 자치 경찰의 사무이고 경찰이나 소방청에 대한 업무지휘 수단도 행안부 장관에게는 없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 헌재에서 인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은 헌법 위반 여부를 중요하게 따지는 만큼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헌법을 위반했다고 했습니다. 주무장관으로서 재난안전관리법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했는데요. 이 장관 체제에서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경찰과 소방에 대한 포괄적 지휘권을 가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재난 예방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우리나라 헌법만이 아니라, 주무장관으로서 재난안전관리법 등 법률이 정한 많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수차례 반복된 2차 가해성 발언과 국정조사 허위 증언 등 고위공직자로서의 의무도 심각하게 위반하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배치가 적절했는지는 부처끼리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직후, 당일 경찰 배치가 분산된 면이 있다고 인정했지만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의무를 소홀히 했단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죠.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0월 30일) : 잘 아시다시피 서울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좀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장혜영/정의당 의원 (지난 6일) : 그런데 문제는 이태원 참사 당시에 경찰이 예년과 다르게 집회 관리와 마약범죄 수사에 집중하느라 인파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장관님께서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지난 6일) :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헌정사상 첫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 대통령실의 입장도 나왔습니다. "헌법·법률상 문제 없다.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는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낸 겁니다. 책임은 법적으로 정확히 따져 물어야 한다는 건 윤 대통령의 원래 생각이죠.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 국회가 결정하는 일이니까 지켜보고 있고, 다만 대통령 비서실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헌법적이나 법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탄핵한 선례가 없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좀 합리적이지 않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지난해 11월 7일) :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거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안도 즉각 거부한 바 있습니다. 이 장관의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실세형 차관'을 임명해 대행체제로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차관 후보로는 법조인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출신 인사들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탄핵으로 인한 '직무 정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안입니다.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 {직무가 정지될 경우 차관 인사, 실세형 차관 인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어떤…} 그 뭐, 여러 가지 안 중에 하나들일 수는 있겠는데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그 어떤 말씀도 안 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좀 더 지켜보시죠.]
이상민 장관 탄핵 후폭풍,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고요. 대정부 질문 소식 이어가 보겠습니다. 민주당이 제기한 김건희 여사 수사 문제가 연일 쟁점으로 떠올랐죠.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데 김 여사는 왜 소환조차 하지 않느냐고 공세를 편 겁니다. 그런데 검찰의 김 여사 소환통보 여부에 대한 한덕수 총리의 답변이 오락가락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총리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김 여사의 검찰 소환 불응에 대해 질문하자 "합법적인 소환이고, 나갈 수 있는 사정인데 안 나갔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의 질의엔 소환통보가 한번 있었는데 불응했다고 했다가 다시 확인해보니 소환통보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최형두/국민의힘 의원 (어제) :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아마 한 번 있었던 것으로 그렇게 듣고는 있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일로 어떻게 해서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형두/국민의힘 의원 (어제) : 소환 통보받은 적도 없고요,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정확하게 확인을 해봤습니다. 검찰에서 김건희 여사를 소환 통보한 사실은 전혀 없고 따라서 김건희 여사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사실도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2021년 언론 보도를 들면서 김 여사에 대한 출석 요구가 있었는데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는데요. 한 총리는 정확히 보고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검찰이 2011년(2021년) 12월 3일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출석 요구를 했는데 당시 대선 기간이라 출석을 미루겠다라는 답변을 해서 출석을 하지 않았고 그리고 현재까지도 출석에 응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저는 정확히 그러한 사안을 자세하게 보고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우리 비서실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의 소환 통보는 없었다, 이런 보고를 받았습니다. 계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까 제가 그런 문제를 뭐 소상하게 다 파악을 해가지고 제가 말씀을 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은 한 총리가 발언 순서를 바꿔 가면서까지 입장을 번복했는데,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거냐"고 했고요. 한 총리는 "그렇게 이해했다면 죄송하다"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심기보위를 위해서라면 총리의 체면과 권위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려져도 되느냐"고 했는데요. 한 총리의 국회 답변이 문제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신문 총리'라는 별칭까지 얻은 바 있습니다.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19일) : 영빈관 짓는 예산 878억 알고 계셨냐고 묻습니다. 몰랐습니까?]
[한덕수/국무총리 (지난해 9월 19일) :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만 예산을, 필요성을…]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19일) : 8월 중순에 대통령 헬기가 내리다가 나무에 부딪혀서 꼬리표가 상한 것 알고 있습니까? 꼬리날개가 손상된 것?]
[한덕수/국무총리 (지난해 9월 19일) : 신문에서 봤습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19일) : 신문에서 어떻게 봅니까? 이건 장관한테 보고를 받아야죠.]
오늘은 셋째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상민 장관 탄핵안 때문에 시간이 좀 미뤄지면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역시 신스틸러는 한동훈 장관이었습니다. 한 장관은 앞서 민주당의 공세를 하나하나 받아치는 모습이었는데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언급하며 직접 공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지난 6일) : 청담 술자리 의혹 같은 것도 거짓말인 게 다 드러났지만요. 경제적으로도 지금 이 사안을 가지고 더탐사는 유튜브에서 큰돈을 벌었고요, 김의겸 의원은 후원금을 꽉 채웠죠.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소기의 목적을 드러나게 하는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에…]
한 장관의 발언, 오늘 김의겸 의원이 전면 반박했습니다. "정치후원금에 '돈벌이·남는 장사'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한 건데요. 후원금이 들어온 이유, 의혹 제기 때문이 아니라 한 장관의 고발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대변인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가 청담동 의혹을 제기를 해서 후원금이 들어온 게 아니고.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한동훈 장관이 저를 형사고발을 하고, 10억짜리 민사소송을 제기를 하니까 그때서야 후원금이 들어온 겁니다. 그 순서가 다르다는 점. 저는 오히려 그래서 한동훈 장관 땡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이상민 장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공은 헌법 재판소로 넘어갔는데, 탄핵안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이 역시 헌정사 최초로 기록될 듯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상민 탄핵안 통과…한덕수 '김건희 검찰 소환' 답변 번복 >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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