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죠. 두 사람은 양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기현·안철수 의원, 또 이른바 윤핵관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데요. 먼저 비윤계 표심을 최대한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뒤늦게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이준석계 천하람 후보, 후발 주자치고는 괄목할 만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8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볼까요.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9.4%를 기록했는데요. 공식적으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지 5일 만에 단숨에 3위까지 치고 올라간 겁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던 비윤계 성향의 표심이 천 후보 쪽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윤핵관 논쟁, 윤안연대, 윤힘, 이건 안 대표한테 부담스럽잖아요. 뺐어요, 발을. '나 그 이야기 안 하겠다, 안 한다. 평가를 떠나서 그냥 안 한다' 천하람 후보는 하겠죠? {하네, 그러네요. 반윤핵관 이런 기치를 걸고 가겠네.} 계속 그 이야기를 하겠죠.]
친윤계는 천 후보의 약진이 영 못마땅한 분위기입니다. 천 후보에게 이준석의 그림자가 비치기 때문인데요. 천 후보는 이준석의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리고 있죠.
[김정재/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천하람 후보 같은 경우에는 '이준석 아바타'라고 하는데 제가 봐서는 '유승민 대타 플러스 이준석 아바타'라고 봅니다. 저는 당원 투표에 가면 그렇게 파괴력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승민 플러스 이준석'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죠, 아류작이니까.]
'이준석 아바타론', 천 후보에게 그다지 타격감은 없는 듯합니다. 천 후보는 굳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인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YTN '뉴스Q' / 지난 6일) : 이준석 아바타, 이런 것에 대해서 무리하게 뛰어넘겠다고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2017년 4월 23일 (화면제공 : KBS) :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YTN '뉴스Q' / 지난 6일) :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이게 굉장히 큰 패착이 되고 우스워지는 것이거든요. 저는 천하람이라는 정치인이 이준석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정치인이다라고 하는 걸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자신의 차이점도 부각하고 있습니다. '총론은 비슷하지만 각론은 다르다'는 건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 지난 6일) : 김재섭 위원장이라고 도봉에 계시는데, 그런 재미있는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이준석 대표가 마라탕이라면 천하람 후보는 짜장면 같다' 이준석 대표의 매콤함, 공격력, 이런 것과 좀 다르게 천하람 후보는 조금 더 어떻게 보면 구수하고 둥글둥글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중식이라는 범위 안에 있고, 그 중식을 개혁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추구하는 가치는 유사할지 몰라도 스타일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죠. 이 전 대표가 톡 쏘는 마라탕이라면 자신은 단짠단짠 짜장면이라는 비유를 들었는데요. 그럼 둘이 퓨전하면 '마라짜장'이 되는 걸까요?
실제로 두 사람은 마라짜장 같은 콜라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 대표 후보 양강인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윤핵관을 향해 거침없는 공세를 퍼붓고 있죠. 이 전 대표는 매운맛으로, 천 후보는 순한 맛으로 협공 중인데요. 먼저 김기현 의원을 겨냥한 공격부터 살펴볼까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김기현 후보 일전에 모든 공직선거는 울산 나가셨거든요. 울산의 문수산만 오르던 분이 어떻게 수도권을 공략할 수 있겠느냐, 답하는 게 굉장히 힘들 겁니다.]
이 전 대표는 김 의원의 확장성에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울산에서만 터를 다진 사람이라 수도권 선거를 이끌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인데요. 특히 김 의원의 대중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최근의 추세를 보면 '없음·모름'이 진짜 김기현 후보는 몰라요, 그냥 누구인지를. {사람들이.} 네, 그런 경우가 굉장히 나타나는 것 같아가지고 그분이 끗발이 안 붙는 이유, 아까 말했던 '모름'에 있던 사람들은요, 김기현을 알게 된 거예요, '남진 꽃 사건'으로. 단기전에 있어가지고 김기현 후보는 그냥 일부한테는 꽃 주고 사진 찍은 아저씨가 되는 거예요.]
대중에게 김 의원은 그저 꽃 주고 사진 찍은 아저씨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차라리 안철수가 낫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4월달 선거에 만약에 용산구청장 선거가 있는데, 김기현 후보가 가가지고 지원 유세했을 때 용산구민들이 알아볼까? 아니면 '후 아유'가 나올까? 저는 그 리스크가 크다 봅니다. 안철수 후보는 우선 최소한의 인지도는 있을 거 아닙니까?]
이 전 대표는 김나연대의 파급력 차단에도 나섰는데요. 나경원 전 의원이 김 의원의 손을 잡음으로써 속도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라이더') : 나경원 대표도 큰 정치인인데, 본인에게 어떤 수모와 모욕을 가했는지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에요. 그러면 여기서 이거를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갔을 때, 어떻게 본인이 인식될지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역시 나경원은 때려도, 다음번에 이렇게 조금만 잘해 주면 다시 돌아와. 그러니까 다음번에 또 때리자' 이럴 겁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적극적으로 돕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라이더') : 나경원 의원이 고민해야 되는 것은 내가 지금 김기현 후보를 돕고 안 돕고의 문제가 아니라, 돕는다고 선언했을 때 지면 망신인 거예요, 자기 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지금 그다지 능동적으로 뛰어들 판이 아닙니다.]
천 후보도 급조된 김나연대가 얼마나 느슨한지를 짚었는데요. 비유를 들어 완곡하게 평가절하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라이더') : 천하람 후보가 뭐라고 묘사했냐면요. 본인이 변호사라서 그냥 농담 삼아서 얘기하자면 서울가정법원 밖에 나오면서 많이 보이는 장면이다,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좀 불화가 있는 어떤 관계 속에서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냐…]
어제 오찬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가정법원을 나서는 부부 같았다는 건데요.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나경원 전 의원이 지금 굉장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사실상 뭐랄까요. 압박을 받아서 지지선언을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층은 안 움직입니다. 그런 정도로 지금 김기현 후보가 조급한 겁니다.]
두 사람은 비윤 표심을 나누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게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데요. 사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히죠. '차라리 안철수가 김기현보다 낫다'던 이 전 대표, 웬일로 안 의원을 칭찬하나 싶었는데요. 결론은 '어적안(어차피 적은 안철수)'이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안철수 후보는 믿을 만할 만큼 좀 변했습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그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밖에 안 하기 때문에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지 않았으면 하고요. 제가 지금 이런 이야기하는 게 안철수 후보 좋아해서 한 얘기 아니라니까요, 저는.]
안 후보의 뒷심이 약하다는 점도 비꼬았는데요. 마라탕답게 'DTD'라는 직설적인 비유를 들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안철수 후보의 항상 선거 지지율은 시작할 때가 가장 높습니다. 프로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요즘은 좀 사장된 용어인데 'DTD'라는 게 있습니다. 다운 팀 이즈 다운이라고, 콩글리시거든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천 후보도 안 의원의 애매한 태도를 문제 삼았는데요.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안철수 후보께서는 지금 약간 마음이 왔다 갔다 하시는 것 같거든요. 윤핵관을 비판했다가 또 윤안연대 쓰지 말라, 윤핵관 쓰지 말라고 하니까 또 안 쓰겠다라고 하시면서 윤심 호소인을 계속하시고 싶으신 건지, 아니면 본인의 새정치의 초심을 회복하셔가지고 개혁 호소인을 하시고 싶은지 건지를 좀 정하셨으면 좋겠다…]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라고 낮은 수위의 표현을 사용했죠. 권투로 따지면 '잽(Jab)'일 텐데요. 아마 이 전 대표처럼 '훅(Hook)'을 구사하는 인파이터라면 이런 표현을 썼을 것 같습니다.
[정진석/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유튜브 '국회대학교' / 2021년 1월 13일) :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여지껏 안 해. 계속 간만 봐.]
근래 들어 이 전 대표가 안 의원보다 더 극혐하는 집단도 있죠.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그런데 윤핵관을 싫어하시는 건 맞죠, 이준석 전 대표는?} 저요? 그거 물어봐서 뭐 합니까.]
바로 윤핵관입니다. 대통령실, 최근 '윤핵관 용어 사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윤핵관은 이 전 대표가 처음으로 사용한 조어가 고유명사화된 사례죠. 대통령실은 윤핵관이란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 전 대표는 이런 대통령실의 인식 수준에 한탄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우리는 일을 너무 잘하고 있는데, 그 이준석이가 어떻게 윤핵관 같은 용어를 만들어가지고 우리가 힘든 거다' 이거는 현실 인식을 좀 잘못하고 있는 거거든요.]
정치권이 윤핵관을 멸칭처럼 받아들이게 된 건 윤핵관이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는 중립적인 표현이에요, 원래. 그런데 윤핵관이라는 단어를 국민들이 멸칭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는 '야, 저 윤핵관들 하는 걸 봐라. 참 꼴 보기 싫다'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거고 실제로 그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 그런 프레임이 씌워진 거지…]
순한 맛을 풍기던 천 후보도 윤핵관에게만큼은 단호합니다. 앞서 간신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사용했었죠. 연일 윤핵관의 당권 주자 찍어내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친윤 안에서도 정말로 권력의 줄 세우기에 앞장선 윤핵관들의 탓이 크겠죠. 엄청난 자충수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유승민 날아갔죠, 나경원 날아갔죠, 안철수 지금 날아가려고 하죠. 이렇게 하면 우리 차 떼고, 포 떼고 하면은 정치는 누구랑 합니까? 윤핵관들 대선 출마시킬 겁니까?]
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 삼았습니다. 결국 윤핵관들이 호가호위하는 건 윤 대통령이 이를 용인해주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천하람/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금이라도 대통령실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명확하게 선언을 해야 됩니다. 지금 우리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을 말씀하시고 계시는데 야당과의 어떤 통합이나 포용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여당 안에서라도 충분하게 포용하고 확장하고 공존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 오늘은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후보가 함께 만드는 '마라짜장'에 줌 인해봤습니다. 우선 전당대회 초반에 비윤계를 최대한 결집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요. 이 전 대표가 천 후보를 위해 준비한 다음 비단 주머니는 뭔지 궁금해지는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상징적 의미의 그것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집에 가서 열어보십시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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