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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의 변신은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월해진 측면이 큽니다.
미국을 대신해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기여해달라는게 미국의 속내입니다.
여기에 한국까지 한미일 세 나라를 안보 공동체로 단단히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겁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나를 선택하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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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담.
다자외교무대에 처음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마주앉았습니다.
역사 문제로 삐걱대던 두 나라를 중재라도 하듯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자리는 한가운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국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의도대로 한일 정상도 한미일 3국 협력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의 협력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한미일의 연계 강화는 불가결합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을 '도전 세력'으로 규정한 나토의 입장까지 지지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일본과 발을 맞췄습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미국이 가치를 얘기하고 민주 진영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을 묶는 것이 미국의 실리로 보면 최고의 가성비 좋은 전략이죠."
세계 패권 1위 자리를 넘보는 중국.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지난달 13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정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미국.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작년 11월 9일)]
"나는 어떤 본질적인 양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꿔온 일본 우익들에게는 기회였습니다.
최전선에는 8년 9개월을 재직한 일본 최장수 총리 아베가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자위대 출신 청년의 총격으로 암살됐지만, 자위대를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게 그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아베 신조/일본 전 총리 (2006년 11월 27일)]
"오늘 저는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아베가 꿈꾼 아름다운 나라는 자위대 재무장의 걸림돌인 평화헌법을 뜯어고친 나라였습니다.
그는 2006년 펴낸 자신의 책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평화헌법 개정이야 말로 일본 독립의 상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적 재무장은 국제사회 영향력이나 경제력, 군사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도, 호주와 함께 미국과 손 잡는" 안보협의체 구상도 이런 아베의 머리에서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네 나라를 연결하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게 됩니다.
네 나라가 손잡아, 넷을 뜻하는 쿼드입니다.
중국 견제가 절실한 미국과 아베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겁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 첫번째 쿼드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1년 3월, 쿼드 화상회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은 네 나라 각각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인도양과 태평양, 두 대양을 연결하겠다는 아베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우리도 지난해 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11월)]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 하에 인도 태평양 전략을 이행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재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맞물려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
"경제 안보 동맹 네트워크가 공동체가 출현하는 거거든요. 근데 한국은 특별히 중국에 제일 가까운데 위치하고 있고 군사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 더 중국의 견제 첨병에 나서달라는 이야기입니다."
한반도 주변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남해쪽 공해상에서 한미일 3국이 해상 훈련을 합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에는 슈퍼호넷 같은 미국 해군 주력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등 70여대가 실립니다.
한미일은 지난해 9월에도 동해쪽 공해상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앞세워 5년 만의 대잠수함 훈련을 벌였습니다.
선두와 양 날개에 미국의 순양함과 이지스 구축함을 세우고 한국 해군의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사히함이 뒤따랐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 아나폴리스함도 이례적으로 동체를 드러낸 채 앞서갔습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일본이 동해에서 지금 자꾸 훈련하는 것은 러시아 때문에 그래요. 독도에서 북한 핑계 대고 한미일 연합훈련 하면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또 중국의 동북 3성쪽도 자기네들이 관리하는 그런 상황을 자꾸 만들려고 할 겁니다."
반미 연대로 뭉친 중국과 러시아는 더 밀착하고 있습니다.
2주 전 만난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친구라고 부르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친애하는 친구, 시진핑 주석님. 러시아 모스크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친애하는 푸틴 대통령님, 저는 항상 당신을 나의 소중한 친구라고 부릅니다. 러시아 인민들이 당신에게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미국을 겨냥해서는 세계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침범하는 훈련 영상을 보란듯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군비 경쟁이 한반도 주변에서 격화되는 형국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이 네개 나라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기준 1조564억 달러, 우리 돈 1천3백조원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2년치 예산보다 많습니다.
남재현 기자(now@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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