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해마다 12월, '한자의 날'이면 일본에서는 올해의 한자가 발표됩니다.
지난해에는 싸움을 뜻하는 '전'(戰)자가 뽑혔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지금, 평화를 지켜낼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 VCR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박2일 일본 방문 동안 한 대학을 찾아 강연에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일본 사상가의 말을 인용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용기는 생명의 열쇠",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오카쿠라 텐신.
1921년 쓴 논문에서 "조선은 원래 일본 땅"이었다며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낸 인물입니다.
그가 내세운 "아시아는 하나"라는 말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그 말을 인용했을 뿐 그 사람이 훌륭해서 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진/외교부 장관 (지난달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일본 청년들에게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하는 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은 미군과 연합군이 만든 전후 체제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도록 한 평화헌법은 일본 우익들에게는 족쇄였습니다.
[에히메현 헌법 포럼(2018년 5월 3일)]
"쳐들어온 맥아더 장군, 콘파이프에 선글라스‥헌법을 바꾸라고 지시했어‥"
지금의 일본은 아시아는 하나를 외치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조성렬/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
"메이지 시대 이후 중국을 제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열강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 일본입니다. 아베 총리로서는 그 시대의 추억 또는 영광을 재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교과서 역사 왜곡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성의있는 호응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인데, 일본은 자신의 입맛대로 역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새로 채택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보면 조선인을 강제징용했다거나 일본군에 징병했다는 표현은 모조리 빠졌습니다.
강제로 일본군에 끌려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조선인 신병 사진 밑에는 '자원 입대했다'는 설명이 새로 붙었습니다.
침략 전쟁을 부정하며 징용과 징병은 없었다는 일본 우익들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스즈키 토시오/일본 교과서 시민단체]
"일본의 법원도 매우 비참한 노동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강제 노동도 부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도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영토 앞에 '고유'라는 단어를 하나 더 넣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작년 10월 7일)]
"두 단어로 시작하겠습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이 비단 안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산업 공급망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맡았던 세계의 공장 역할도 미국이 차지하겠다는 겁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척을 지면 잃을 게 많습니다.
[손열/동아시아연구원장]
"한미일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한 부분이지 그것으로 우리의 국익이 다 성취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또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중국과 협력관계에 달려 있고 또 마찬가지로 지금 전세계에서 경제적으로는 지금 엔진이 되고 있는 그런 지역은 동남아, 아세안 지역과 인도 아닙니까."
스트레이트가 찾았던 오키나와는 미국과 일본, 중국이 서로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전초기지였습니다.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일어나자 지금이야말로 분개하자"
고향을 다시는 전쟁터로 만들 수 없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건 태평양 전쟁 당시 주민 12만 명이 희생됐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좋은 질문,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게 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왜 국방비를 많이 쓰고 이렇게 세게 막 군사훈련도 하고 첨단무기도 새로 도입하는데 왜 사람들은 안보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거지?'"
시민사회 연대와 깨어있는 민주주의가 더욱 절실합니다.
[마에도마리 히로모리/오키나와 국제대학교 교수]
"아시아의 지혜가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가 없는 정치가를 골라온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싫다'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남재현 기자(now@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