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당내에 5인회라는 실세 그룹이 있다고 말했죠. 김기현 대표가 당내 핵심 결정사항을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5인회와 논의한다는 설이었습니다. 김 대표가 임명한 주요 당직자들이 5인회 멤버로 거론됐는데요. 김 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오늘(1일) 일축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자 공모, 지난달 30일 마감됐죠. 모두 6명이 지원했는데요.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부 입성은 기피 대상이라도 되는 걸까요? 지원자 가운데 현역 의원은 1명도 없었습니다. 일단 국민의힘은 어제 자격 심사를 거쳐 후보를 3명으로 추렸습니다. 김가람 전 청년대변인, 이종배 서울시의원, 천강정 경기도당 의료정책위원장인데요. 그럼에도 태영호 전 최고위원 정도의 소위 '닉값'을 하는 인사들은 없었습니다. 출범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집권 2년차의 여당 지도부, 내년 총선 때 공천에 영향력을 휘두를 수도 있는 자리이건만 이다지도 인기가 없는 이유는 뭘까요?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최고위원 되려면 4천만원 우선은 등록금을 내야 되는 거니까 '4천만원 내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기사가 오늘 있었는데 그거 보면서 제가 좀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최고위원 출마를 위한 기탁금, 4,000만원인데요.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고위원 당선이 "4,000만원어치 사약"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최고위원이 되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효과적인데요. 하지만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이거 하나만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유인책이 아닌가 봅니다. 일단 어렵게 지도부의 일원이 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 공천이 보장된다는 법은 없는데요. 지도부 활동에 할애할 시간에 지역구를 관리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지도부라는 이유로 자칫 험지 출마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죠. 한 마디로 최고위원으로서 당을 위해 희생만 할 뿐 차기 총선에서 개인적인 실익은 없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 셈입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제) : 제가 보니까 이제 당 지도부에 입성해 봤자 별, 소위 말해서 어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거 같아요. {메리트가 없다? 실익이 없다?} '메리트가 없다' 이렇게 읽히는 것 같아요. 그럴 바에야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이나 열심히 하자'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김재원 최고위원, 중징계를 받고 자숙해야 마땅할 시기죠. 그럼에도 자신은 링밖에서 활동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는데요. 김 최고위원이 이렇게 마음껏 나설 수 있는 것도 현역 의원들의 지도부 입성 기피 분위기 때문입니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저는 어떻게 보면 비유하자면 링 밖으로 나간 김일 선수. 집권당의 최고위가 약체로 구성이 되면 그런 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죠. 그러니 또 링 밖으로 나간 김일 선수가 계속 역할을 해야 되지 않는가…]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실질적으로 지도부 활동을 하고 있는 건 김병민·조수진 최고위원 뿐인데요. 그마저도 조 최고위원은 비교적 몸을 사리는 분위기입니다.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구설에 올랐기 때문인데요.
[조수진/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4월 5일) :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공기밥 한 그릇 비우기' 운동을 제안했다가 뭇매를 맞았죠. 이 이후로는 움츠러든 감이 있는데요. 그나마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 김기현 지도부는 약체라는 평가가 중론입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당 지도부의 위상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의문을 좀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좀 안타깝고…]
여기에 지도부 입성을 꺼리게 만드는 소문이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바로 '5인회'의 막후정치입니다.
[이용호/국민의힘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달 30일) : 최고위원회의라고 하는 게 지금 정말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느냐, 혹시 들러리냐.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의사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 {용산 아니냐.} 용산이 아니고,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 이런 얘기도…]
국민의힘에 땅·불·바람··물·마음이라도 있는 걸까요? 당의 핵심 결정사항을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5인회에서 논의한다는 풍문인데요.
이용호 의원은 5인회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는데요. 김기현 대표와 김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 수석대변 등이 5인회의 후보군인데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매일 오전 8시에 열리는 비공개 전략회의 참석자들입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5인회'라고 하는 말을 저는 처음 듣고, 제가 정책위의장을 했기 때문에 당의 기능은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이 주로 일을 많이 하지요. 그리고 이 부분들을 사전에 협의도 하고 하지요. 그리고 이런 사전협의가 끝나고 나면 이제 최고위원들 포함해서 의견수렴을 하고 조금 더 보완한다든지 이렇게 하기 때문에 5인회라고 하는 말에 저는 무슨 얘기를 갖고 이용호 의원께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5인회가 모이는 비공개 전략회의, 사실상 최고위원회의보다 입김이 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5인회의 존재가 현역 의원들이 아무도 최고위원에 출마하지 않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김기현 대표는 5인회 실세론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발끈했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임이라는 겁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당대표, 사무총장, 그리고 정책위원회 의장, 사무부총장, 당 수석대변인 모여서 의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입니다.]
김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5인회에 대한 당내 시선은 엇갈리는데요. 당대표가 주요 당직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죠. 5인회 모임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대표가 참모들과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겁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전략기획부총장이나 조직부총장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왜 그러냐 하면 전국에 있는 지구당 위원장들에 대한 관리 문제도 있고, 또 보강 문제도 있고, 전략기획부총장 같은 경우에는 늘 원내전략이든 당의 전략이든 함께 상의를 하지요.]
반면 당원이 선출한 최고위원의 패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대표가 독자 임명한 핵심 당직자 중심으로 사전 회의를 진행하는 건 절차상 잘못됐다는 의견인데요.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들러리 신세를 약올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죠.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의원 둘밖에 없고 최고위원이 최고위 같은 중량감이 없는데 5인회가 다 결정된다고 하는데 보니까 최고위원 전에 조찬모임을 하는 다섯 분이 있다고 하는데 김병민 최고는 안 드시는 거 같고…]
민주당 지도부도 5인회의 존재에 의아함을 나타냈는데요. 민주당 송갑석 최고위원, 민주당에는 그런 회의 시스템이 없다며 5인회 의사결정구조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송갑석/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통상적인 먼저 회의 전에 당무회의를 할 때 보통 대표가 안 들어가거든요. 대표가 안 들어가고 사무총장, 모르겠습니다. 당 시스템이 좀 다르긴 한데 저희 당은 그런 회의 구조는 없습니다. 물론 부정기적으로 만날 수는 있겠죠. 근데 정기적으로 그걸 하면 저는 상당히 당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냥 거기서 그냥 결정할 걸 탁탁탁 결정을 해버리니까 그런… {반어적인 표현이신 거죠?}]
자, 오늘은 국민의힘의 5인회에 '줌 인'해봤는데요. 당대표가 핵심 당직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5인회를 두고 비선 실세를 운운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비판입니다. 다만 5인회가 최고위원회의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사실이라면 지도부의 위신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꼴인데요. 5인회가 김기현 대표의 인피니티 건틀렛에 장착할 스톤들은 아니겠죠. 만일 김 대표가 5인회를 인피니티 건틀렛처럼 사용한다면 역풍을 맞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마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
-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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