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님 앞에 돌아앉은 아이가 눈물을 훔칩니다. 서탁 옆에 놓인 회초리로 호되게 종아리를 맞은 모양입니다. 한바탕 꾸지람을 듣고 회초리를 맞을 참인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고소하다는 듯 키득거립니다. 급히 책을 외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김홍도 '서당'과 똑 닮은 네덜란드 풍속화 '마을학교'입니다. 아이가 손바닥을 맞으며 눈물을 훔칩니다. 바로 옆 소녀는 즐겁게 웃고, 뒤쪽 아이들은 서둘러 숙제를 고칩니다.
선생님에게 학생은 일종의 종속관계입니다. 선생님은 위엄과 권위로 학생을 꾸짖고 혼냅니다. 나라로 치면 옛날 대국과 속국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식민시대도 끝난 지 오래된 지금, 면전에서 나무라고 야단치는 일방 관계란 국가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외교관이 '예스'라고 하면 '아마도'를 뜻하고, '아마도'라고 하면 '노'를 의미하며, '노'라고 하면 외교관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교 언어에는 고유한 문법이 있습니다. 외교관은 정중하게 에둘러가며 격식 있는 말을 구사하기 마련입니다. 적어도 상대국 국민을 존중한다면 말이지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관저에 찾아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 앞에서, 꾸지람하듯 한바탕 훈계를 했습니다. 준비한 문서를 펼쳐 들고 15분 가까이 노골적인 비외교적 언사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승리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필두로 일방적 주장을 펼쳤지요.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주 요 이유는 한국의 탈중국화" 라고도 했습니다.
그동안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중국 대사의 입은, 중국의 국격이 어떤 지경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손을 깍지 끼고 굳은 표정으로 경청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면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고요. 멍석 깔아주고 일장 훈시 들으며 중국 정치 선전에 들러리를 선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기에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했습니다. 방향을 잡아도 단단히 잘못 잡았습니다. 중국 원전 대부분은, 서해와 맞닿은 동쪽 연안에 몰려 있습니다. 거기서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쉰 배에 이릅니다. 그런 사실에 눈감은 채 이 대표는 집회에 나가 "우리 어민 다 죽는다"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바로 그게 어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인데 말이지요.
이 대표는 '이래경 사태'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해놓고선 어떤 사과도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깥으로 윤석열 정부 공격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나라야 어찌되건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을겁니다. 아무리 이 대표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려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6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거긴 왜 갔을까요?'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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