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 북중 국경지대를 다녀온 이태형 기자에게 좀 더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 간다고 했을때 제가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현지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기자]
네, 여러 번 다녀 온 곳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저도 상당히 긴장을 했습니다. 제가 출국을 한 때는 지난 5월 하순 중국 여행 제한이 풀린 직후 였습니다. 단둥까지 항공기 직항이 없는데다 선박 운항은 아직 재개되지 않아 선양으로 간 뒤 다시 고속철도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앵커]
단둥은 북한과의 무역과 관광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곳인데 상황이 어떻던가요?
[기자]
네, 단둥에 처음 들어선 순간 드는 느낌은 '황량하다' 였습니다. 북한 교역의 70%가 단둥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경봉쇄가 단둥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준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새로운 다리인 신압록강대교가 건설되면서 신도시가 건설됐는데요. 이번에 가보니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차나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빈 아파트와 상가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를 보니까 수산물 같은 게 밀수가 되고 있는 거 같은데 다른 북한 물품은 어떤게 보이던가요?
[기자]
네, 제가 단둥에 도착하자마자 궁금했던 부분도 바로 그거였는데요.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맥주인 대동강 맥주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북한 마트에서는 없었고, 북한 식당에서조차 대동강 병맥주가 없어서 생맥주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순진하게 '교역이 중단된 것이 맞구나' 싶었는데 중국에서 많이 쓰는 말이 있거든요. '상유정책 하유대책' 그러니까 정부가 정책을 내리면 인민들은 이를 피해갈 대책을 만든다는 내용인데요. 한 화랑에서는 북한 인민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화랑 주인은 취재진이 관심을 나타내자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알려진 선우영 화백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화랑주인
"55만 위안 (약 1억 원)입니다. 북한에도 이 그림은 없습니다. 저는 미술품 수천 점을 갖고 있어요. 모두 인민 예술가예요. 한국에서 북한 그림을 필요로 하면 제가 다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앵커]
가격이 상당한데 이게 밀수로 의심된다는 거지요?
[기자]
네, 진품이라면 미술작품도 밀수를 통한 외화벌이에 동원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단둥에 가면 압록강 건너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는데 생활상이 어때 보이던가요?
[기자]
네, 마을의 집들이 멀리서 봐도 많이 낡아보였구요. 주민들은 소로 밭을 갈거나 지게를 지고 일을 하는 등 우리나라의 70~80년대 모습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한 북한 소식통은 국경봉쇄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아사자가 나올 정도라며 제2의 고난의 행군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북한 가까이 가는 게 가능했습니까?
[기자]
사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는데 취재진이 한국인이라는 걸 절대 표내지 않는 조건으로 다른 중국인들과 함께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인들과 관광을 하다보니 곳곳에서 중국의 역사왜곡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6.25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를 가보니 중국 측은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고 게시글을 써놨습니다. 또 조선족 민속박물관이라는 곳에서는 '냉면'을 중국 조선족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하거나 한국의 '돌잡이 문화'를 두고 조선족의 전통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발해국은 중국 소수 민족인 말갈인이 주체로 건립한 정권이고, 발해의 시조 대조영조도 말갈족의 수령이라고 표기해 놨습니다.
[앵커]
코로나 봉쇄 이후 중국의 역사 왜곡이 더 심해 졌다고 봐야 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이태형 기자(niha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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