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 슈퍼컴퓨터가 예상한 우리나라의 금메달은 5개였습니다. 우리 체육회의 목표도 같았죠. 그런데 오늘(5일) 11번째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바로 파리 현장으로 가보죠.
온누리 기자, 먼저 사격부터 얘기해볼까요. 은메달이 또 나왔네요?
[기자]
네, 조금 전 사격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조영재 선수가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우리 사격 역사에서 올림픽 속사권총 메달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스물다섯, 조영재 선수의 사격 인생도 드라마틱한데요.
원래 공기소총 10m 선수로 뛰다가 대학 진학 후에 빠른 경기 속도에 반해 속사권총 전문으로 나섰습니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데다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적기때문에 세계 랭킹도 37위인데 가장 큰 대회인 올림픽에서 이른바 반란을 썼습니다.
육군 병장으로 제대가 다음 달인데 한 달 정도 먼저 전역하게 됐습니다.
오늘이 사격 마지막 날인데 우리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6개를 따내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앵커]
안세영 선수도 방금 전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어요?
[기자]
네, 안세영 선수가 꿈꾸던 '낭만 엔딩'이 방금전 파리에서 펼쳐졌습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는데요.
8강과 4강전 모두 첫 세트를 내주며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는데, 결승에선 게임스코어 2대0 완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세계 1위라 당연한 금메달처럼 보이지만, 무릎 부상의 고통을 안고 뛴 뭔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만든 금메달이어서 더 뿌듯한데요.
금메달이란 결과를 만들기까지, 안세영이 거쳐왔던 과정을 리포트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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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지만 파리 올림픽 전부터 무릎 부상이 안세영을 짓눌렀습니다.
외국 언론은 올림픽 여자 단식 우승자로 세계 1위 안세영 대신 일본의 야마구치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야마구치와 맞선 8강전이 고비였습니다.
1세트를 내주면서 흔들렸지만 2세트부터 달라졌습니다.
4강전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의 툰중을 상대로도 1세트를 놓치면서 힘들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무너질듯 하면서도 마지막은 늘 짜릿한 역전승이었습니다.
[안세영/배드민턴 대표팀 : 저는 늘 빨리 끝내고 싶고요. 상대를 지치게 하는 방법은 아니고 제가 정신을 못 차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좀 정신 차리고 해야 하는데…]
어려울 때 돌파구는 늘 안세영이 가장 잘 하는 플레이에서 찾았습니다.
코트에 몸을 던져 공을 살려내고 어떻게든 받아치며 상대 실수를 기다리면서 한 발 더 뛰는 배드민턴은 올림픽에서도 그대로였습니다.
100% 아닌 몸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며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통증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겠다'고 말했는데, 상대를 더 뛰게 하고, 자신은 덜 움직이는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그 불안감을 털어냈습니다.
결국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배드민턴에 '안세영 시대'를 열었습니다.
3년 전, 열아홉 살에 나선 도쿄올림픽에선 천위페이에 가로막혀 8강에서 탈락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는데 이번엔 그가 약속한 '낭만 엔딩'이란 말처럼 행복한 결말이었습니다.
[안세영/배드민턴 대표팀(지난 7월 출국 인터뷰) : 샴페인을 흔들면서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즐겁게 재밌게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걸 상상하면 되게 기분이 좋고 웃게 되잖아요.]
[화면제공 SBS·KBS·MBC]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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