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수원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이 체코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 한 달 전에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이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이성일 기자와 짚어 보겠습니다.
이 사업이 완전히 결정된 것이 아니었나 봐요?
◀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은 프랑스 전력공사,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3자 경쟁에서 앞서면서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습니다.
결과가 바뀔 가능성 극도로 낮지만, 내년 3월로 예정된 본계약을 맺어야 사업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체코 원전은 오는 2036년, 계약 후 11년 뒤에 완공을 목표로 한 체코의 국가 사업입니다.
1천 MW 규모 원자력 발전소를 사업비 17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합니다.
예전에 아랍에미레이트에 지었던 원전 사업과 비교하면, 사업비 규모· 발전용량에서는 조금 작지만, 유럽 시장에 첫 번째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동 사업 때와 달리 우리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자체 기술·부품만으로도 발전소 건설을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 앵커 ▶
잡음이 생긴 이유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때문인 건가요?
◀ 기자 ▶
웨스팅 하우스는 미국의 전통의 전기 사업자, 그리고 원전 기업입니다.
세계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첫 원자로인 고리 1호기를 건설했던 회사입니다.
하지만 1979년 스리마일 원전에서 사고가 난 이후, 미국에서 30년 넘게 원자력 발전을 짓지 못하면서 사세가 기울었고, 기술 개발에서도 손을 놓게 됩니다.
일본 기업에 팔렸다가 일본 대지진 여파로 파산을 하게 되고, 지금은 캐나다 계열 회사에 다시 인수된 상황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우리 기업 상대로 소송 걸고, 체코에 진정을 내는 이유, 근거는 무엇인가요?
◀ 기자 ▶
우리가 독자적인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만한 기술이 없던 시절, 웨스팅하우스가 건설을 맡았고 우리에게 기술도 일부 이전했습니다.
최근에는 바로 이런 50년 전 기술 이전을 한국형 원자로의 원천기술이라 주장하며, 수출을 가로막고 나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 이후, 24기를 건설하며 독자적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1997년 이후에는 독자적 개발에 앞서 웨스팅하우스와 수출을 허용하는 계약까지 맺었다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초창기에 큰 영향을 준 점은 인정하면서도, 뉴튼 후손들이 선조가 발견한 법칙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몇백 년 지난 제품에 돈을 요구하는 상황에 비유하며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앵커 ▶
어쨌든 우리 기술이 많이 발전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같은 주장울 아랍에미레이트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면서요?
◀ 기자 ▶
우리 기업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 사업을 수주한 뒤에도 웨스팅 하우스는 비슷한 문제 제기를 했고, 철회를 했습니다.
당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바라카 원전 건설에 필요한 주요 부품, 설비를 웨스팅하우스에서 납품을 받았는데, 이것이 합의 조건으로 알려졌습니다.
웨스팅 하우스에 발주한 규모가 전체 사업비의 10-20% 사이였으니, 작은 규모가 아니죠.
이번에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인데, 웨스팅하우스 공장이 올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격전지 중 격전지인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 앵커 ▶
앞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될까요?
◀ 기자 ▶
지금까지 웨스팅하우스에 유리한 정황은 없습니다.
웨스팅 하우스가 처음 건 소송은 미국 법원의 1심 판단은 이미 올초에 나왔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근거로 든 정부 규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권한이 있지, 웨스팅하우스에는 소송 걸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체코 정부 고위관계자도 사업 계약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도 우리기업에게 유리한 정황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들도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계약을 막아달라는 진정을 체코 반독점 기구에도 냈는데, 결정을 내리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체코는 시작이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유럽 국가 일부가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상황, 웨스팅하우스도 잘 알고 있는만큼 무리한 요구를 명확하게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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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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