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달 뒤면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 별세 1주기가 되는데요.
60여 년 동안 이어령 선생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던 동갑내기 아내가 구순 부부의 주택 연대기를 펴냈습니다.
신혼 단칸방에서 평창동 주택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거쳐 간 공간의 기록을 차정윤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생전 육필로 마지막 원고를 쓸 때 작업했던 책상과 6천여 권의 책이 빼곡히 채워진 책장.
우리 시대의 석학, 이어령 선생은 떠났지만, 생업의 현장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동갑내기 아내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지금의 서재를 만들어줬을 때가 세상에 나서 가장 기뻤던 때라고 말합니다.
[강인숙 / 영인문학관장 : 평론은 나가서 쓰질 못해요. 대학에도 나가고 평론도 쓰려면 그 책을 들고 (이동이) 안되거든요. 이어령 선생은 저녁은 거의 집에서 잡숴요. 외식을 안 하신다고 글을 써야 하니깐.]
돌이켜보면 결혼 후 서재가 딸린 집을 짓기 위해 꼬박 16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신혼 단칸방과 어항 속 붕어가 꽁꽁 얼었던 냉골방을 거쳐 지금의 8번째 집에 이르기까지, 강 관장은 64년 부부의 기록을 책 속에 담았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박물관까지 세웠지만, 그래도 살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집은 셋방살이에서 탈출한 첫 내 집입니다.
[강인숙 / 영인문학관장 : 일본 나가야(일본식 연립주택) 한 칸이었는데, 그걸 샀을 때가 젤 기뻤던 것 같아요. 작아도 우리 식구끼리 남의 방해를 안 받을 수 있는.]
언제나 우리의 큰 스승이었지만 책에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좋아하고, 집 고치기에는 서투르던 인간 이어령이 녹아있습니다.
그 시절 강 관장이 대학원 공부와 출강을 병행하면서도 세 아이의 독박 육아를 자처한 건 남편이 글쓰기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사랑법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강인숙 / 영인문학관장 : 억울하다는 생각은 없어요. 내가 그걸(공부) 안 했으면 안 해도 되는 고생이니깐. 그냥 힘들었다는 생각이 있어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는 생각이죠.]
에세이 '글로 지은 집은' 빈손으로 시작해 원하던 서재를 갖춘 집을 얻기까지 부부의 여정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소개했습니다.
강 관장은 이어령 선생이 생애 마지막으로 쓰던 서재 공간을 오는 9월 대중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강인숙 / 영인문학관장 : 사람이 못돼지고, 돈에 기어야 하고, 식구끼리 긴축정책을 해야 하고 그런 많은 희생을 하면서 다다르는 얘기니깐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YTN 차정윤입니다.
YTN 차정윤 (jych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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