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열대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육지로 실어나르는 통로인 '대기의 강'.
지난 달 미국 서부를 물바다로 만든데 이어 지금은 뉴질랜드에 상륙해 어마어마한 폭우를 퍼붓고 있어서 당국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습니다.
한반도 역시 이 대기의 강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데,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폭우로 불어난 물에 지반이 붕괴하면서 화물열차가 탈선했습니다.
선로를 벗어난 열차와 화물이 폐허처럼 널려 있습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시 곳곳이 잠겼습니다.
자동차 높이까지 차오른 물에 사람들은 황급히 몸만 빠져나옵니다.
강으로 변한 고속도로에 주인을 잃은 자동차가 잠겨 있습니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장대비에 지난달 오클랜드의 강우량은 예년의 700%를 뛰어넘었습니다.
[웨인 브라운/뉴질랜드 오클랜드 시장]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총리가 말한 그대로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폭우의 원인은 뉴질랜드를 강타한 대기의 강입니다.
앞서 대기의 강은 지난달 미국 서부에 기록적인 물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중부의 마을이 불어난 강물에 집과 도로, 자동차가 잠겼습니다.
강물은 드넓은 미국 서부를 뒤덮을 정도로 넘쳤고, 도로는 물길로 변했습니다.
대기의 강은 하늘에서 수증기가 집중적으로 지나가는 통로입니다.
이것은 대기의 강이 뉴질랜드를 뒤덮는 모습입니다.
짙은 분홍빛의 아열대 수증기가 뉴질랜드로 쏟아집니다.
미국 서부에 대기의 강이 상륙하는 모습입니다.
하와이에서 미국 서부까지 수천km나 이어집니다.
대기의 강은 아열대 해역의 수증기를 북쪽으로 수송하는 송수관 같은 겁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송수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7%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대기의 강이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수증기도 증가합니다.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대기의 강이) 더 세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기의 강의 강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것은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 양이거든요."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도 대기의 강은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2020년 8월 15일 중부지방에 폭우를 퍼부은 대기의 강입니다.
아열대지역에서 한반도까지 강이 만들어졌습니다.
2020년은 관측사상 최장인 54일간의 장마로 섬진강이 범람하는 등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시간당 141mm의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참사가 발생한 것도 대기의 강과 무관치 않습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수증기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수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도 대기의 강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기의 강이 위험한 건 우리나라 주변 수증기와 멀리서 온 수증기가 더해져 극단적인 폭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폭우와 홍수 대비를 강화해야 합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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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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