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지체장애인 남성이 자신을 도와주러 온 여성 방사선사를 강제 추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했습니다. 수면제까지 먹이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겁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하정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병원에서 10년 넘게 방사선사로 일한 A 씨는 틈틈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다니며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우연한 기회에 지체장애 1급인 30대 남성 이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이 씨와 재활 치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 씨의 집을 방문한 A 씨.
[A 씨/피해자 : MRI 사진, CT 사진을 판독을 해달라.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줄 수 있느냐….]
하지만 이 씨가 권한 음료수를 마시고는 곧바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A 씨/피해자 : 그 뒤로부터는 기억이 안 나고 깨어나서 그냥 본능적으로 '뭔가 이게 잘못됐다', 바로 이제 뛰어내렸어요.]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탄 음료를 먹인 뒤 강제로 추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호의적이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지체장애 1급이고 욕창으로 건강도 좋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3가지 범죄 사실 중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마약이 기본 범죄로 설정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법정형이 가장 높은 '강제 추행'이 양형 기준이 됐다면 충분히 실형 선고가 가능했다는 겁니다.
[문유진/변호사 : 당시의 양형 기준에 따르더라도 훨씬 높아집니다. 양형 기준표를 자의적으로 적용을 한 거죠. 이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요, 마약 범죄, 더 약한 범죄가 기본 범죄로 설정돼 있습니다.]
또 재판부가 장애를 감형 사유로 판단한 것은 장애를 미끼로 저지른 흉악 범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최재영)
하정연 기자 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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