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어부가 실종되다 보니 북한 어떤 항구는 과부 마을로 불린다."
'유령선'이 동해를 떠돕니다. 소형 엔진을 단, 길이 6 미터 안팎 북한 목선들입니다.
예닐곱 명이 먼 바다까지 나왔다가 표류해, 한 해 백 척꼴로 일본 해변에 밀려옵니다. 뼈만 남은 채 굶어 죽은 시신들이 실려 있곤 합니다.
일본은 목선을 해양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합니다. 시신도 화장해 처리합니다. 해양 쓰레기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쓰레기는 북한을 들여다보는 창입니다.
'단물' 포장에 주원료가 '8월 풀당'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8월풀이라는 국화과 풀잎에서 뽑아낸 당분입니다. 설탕이 귀하다는 얘기입니다.
부서진 검정 통에 '청천강'이라고 찍혀 있습니다. 다용도 가정 필수품인데 조잡합니다. 폐비닐을 모아 만든 재생 통입니다.
"당신이 버리라 버리라 하던 오물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제 알겠죠?"
북한은 '버리면 오물, 쓰면 보물'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폐품 모으기에 열심입니다. 폐기물 수집함과 쓰레기통을 '보물함' 이라고 부릅니다.
"이 오물이 다 보물 같단 말입니다."
북한이 어제와 그제 날려 보낸 풍선에 북한식 '보물'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렇게 종잇조각이 대부분입니다. 그간 담아 보냈던 '보물'들이 너무 많은 걸 보여줬다고 판단한 걸까요.
통일부가 이달 초순 풍선에서 찾아낸 북한의 민낯입니다. 겹겹이 기워 신은 양말, 옷감을 덧대 때에 찌든 장갑과 마스크가 보기 딱합니다.
오물 속 흙에서는 갖가지 기생충과 함께 사람 유전자가 발견됐습니다. 기생충이 인분에서 나왔다는 방증입니다.
'수령 교시문'이 오물 풍선에 담긴 자체가 반역 대죄인데, 잘리기까지 했습니다. 오물 수집에 동원된 누군가가 한 것 같답니다. 얼마나 싫었으면 목숨을 건 모험까지 감행한 걸까요.
우리 군은 풍선의 도발 수위가 낮아졌다고 보고,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도 오물 풍선을 그만 띄워 아끼는 게 좋겠습니다.
어느 미화원이 써 붙인 가훈입니다.
"인간 쓰레기는 되지 말자."
6월 26일 앵커칼럼 오늘 '북한의 창(窓), 쓰레기'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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