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한인사회도 갈수록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들의 빈곤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주거비와 의료비 등 기본적인 생활 유지뿐 아니라 의사소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조인영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73살(일흔세 살)인 이경호 할아버지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돕는 안전요원, 이른바 '크로싱 가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책임지면서 받는 돈은 1시간에 약 17달러.
하루에 서너 시간씩 일하기 때문에 월급으로 약 천2백 달러, 우리 돈 160만 원 정도를 받는 게 전붑니다.
연금만으론 생계유지가 힘들어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경호 / 73살·미국 거주 한인 어르신 : 나는 다행히 건축 일이라도 하고 막노동이라도 해서 보태서 살아가는데 여기 취직했어도 정부에서 나온 돈, 여기에서 나온 돈 다 합쳐도 혼자서는 살기 힘듭니다. 누구와 룸메이트 하면 겨우 살아갈까….]
미국 뉴저지주에서 방 1칸짜리 집을 얻으려면 1,500달러, 우리 돈 2백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야 합니다.
이 할아버지는 결국 주거비 감당이 힘들자 얼마 전부터는 집을 나와 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경호 / 73세·도로안전요원 : 차에서 살면 집세 1,500달러가 안 들어가잖아요. 얼마나 큰 이득이야. 이렇게 잡니다. 보세요. 여기 침대 있죠? 얼마나 평온한지 몰라요.]
최근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 10명 중 6명이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주거비와 의료비 지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또 의사소통이 안 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람도 73%에 달했습니다.
[윤경복 / 미국 한인커뮤니티재단 회장 : 영어를 하면서 여기에 오신 이민자들과 우리 어르신들과는 많이 달라요. 그래서 영어를 못하면 첫째로 사회보장 혜택이나 의료 복지 혜택을 이용할 수 없고 훨씬 더 힘들어요.]
미국은 67살(예순일곱 살)부터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데, 주로 자영업에 종사해온 이민 1세대 한인 어르신들은 연금 최저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타국 생활에 자녀 뒷바라지를 하느라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한 게 원인입니다.
[정상조 / 뉴저지 한인 사회복지사 : 식량 문제, 건강 문제, 생활비 문제 이런 게 전부 다 어렵죠. 그래서 지금 룸메이트 하는 분들 그런 분들이 실제 여러분 계세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지원 저소득층 노인 아파트에 들어가길 꿈꾸지만, 이마저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 뉴저지주의 65살 이상 한인 노인 인구는 지난 10년 사이 배 넘게 늘었습니다.
[제인 김 / 82세·미국 동포 : 자녀들은 직장 따라서 다른 지방에 가거나 그러잖아요. 그럴 때 혼자 여기 남아 계신 분들 정말 아주 어렵게 사시는 분들 많아요.]
미국 한인 사회에도 드리운 고령화 문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어르신들에겐 사회적 단절과 우울증 같은 피해도 더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YTN 월드 조인영입니다.
YTN 조인영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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