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달리, 일본의 전쟁 범죄를 시인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일본인이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731부대에 근무했던 일본인이, 79년 만에 중국 하얼빈을 다시 찾아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베이징에서 이필희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중국 하얼빈시의 옛 일본군 731부대.
'사죄와 전쟁없는평화 기념비' 앞에서 백발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시미즈 히데오/전 731 부대원]
"잔혹한 행위를 해서 중국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731부대를 찾아 사죄에 나선 건 올해 94살의 일본인 시미즈 히데오.
그는 14살이던 1945년 소년병에 지원해 하얼빈 731부대에 배치됐고, 이곳에서 사람을 상대로 한 생체 해부 실험 결과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전 731 부대원]
"배 안에 태아가 있는 임산부 표본도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포르말린의 냄새가 강해서 눈에서 눈물이 자꾸 났습니다."
그 해 8월 일본의 패망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간 뒤 수십년간 침묵을 지켜왔지만 지난 2016년부터는 일본의 전쟁범죄 폭로에 앞장서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79년만에 하얼빈을 다시 찾아 731부대의 존재와 만행을 시인하며 스스로 전쟁범죄의 살아있는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731부대는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생물학 무기제조를 위해 인간 생체실험을 저지른 곳으로 한국인과 중국인, 소련인 등 20~3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라 후미오/전 전쟁의학연구회 회장]
"우리가 이 잔혹한 역사를 잊는다면 비슷한 잔혹행위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쟁의 냉혹한 진실, 특히 침략의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시미즈씨는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희생자를 위한 기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희생된 한국인과 중국인, 러시아인들에 대한 사과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징에서 MBC뉴스 이필희입니다.
영상편집: 박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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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박천규
이필희 기자(feel4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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