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일본 사도광산 전시실에 '강제 동원됐다'는 표현이 누락됐는데도,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 앵커 ▶
그런데 우리 정부와 합의해 전시했다는 기록물조차, 한국인에 대한 멸시와 비하 발언들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조의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한국이 동의하는 조건으로 설치한 전시관.
번역 없이 일본어 원문으로 게시된 문서들이 보입니다.
무슨 말인지 해석해 봤더니 '한국인은 특유의 불결한 악습이 있다. 본성이 둔하고 기능적 재능이 극히 낮다.' 이런 식으로 끌려와 강제 노역에 처해졌던 조선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문구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다른 전시물 사이에 슬그머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전시물은 한일 정부간 협의를 거친 것, 즉 우리 정부가 허락한 것들입니다.
'노동의 강제성'을 적시하라는 요구는 묵살당한 우리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비하와 조롱은 전시해도 된다고 합의해 준 셈입니다.
일본의 현지 시의원조차 이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아라이 마리/사도시의회 의원]
"실은 여기에 전시되어야 할 서류는 따로 있습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게약이 끝났으니 돌아갈 수 있는 자유가 없었어요. 노예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해당 구절이 "당시 조선인들의 가혹한 환경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외교부는 전시 관련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안내판의 재질을 더 좋은 걸로 바꾸느냐 마느냐를 협의하는 것일 뿐, 정작 문제 있는 전시물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외교부 유네스코협력TF 관계자(음성변조)]
"일단은 합판에다 붙여놓은 거고요. 두꺼운 재질로 그 재질을 교체한다는 것이지 이 내용을 교체하는 건 아닙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다음 주 사도광산 전시물을 방문자가 더 많은 인근 시설로 옮기도록 요구할 방침이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 데다, 이번에도 문제의 전시 내용에 대한 논의는 꺼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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