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후재난의 최전선을 살펴보는 [지구의 맥박], 오늘은 북극해에 이어 남극 대륙으로 갑니다.
지구 상 가장 추운 곳인 남극은 햇빛을 반사하고 해류를 움직이며 지구 기후를 조정하는 냉동고입니다.
최근 '지구 종말의 날' 빙하라는 별명이 붙은 스웨이츠 빙하가 급격히 녹고, 열파 현상으로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는 등,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장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육지에 둘러싸인 북극해와 정반대로, 남극 대륙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얼음 면적 차이가 북극보다 큽니다.
'빙하 면적' 그래프가 지난해 바닥을 쳤고, 올해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얼음 질량은 지난 22년 동안 극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무려 2조 7천5백억 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2억 개 정도 만큼 줄었습니다.
남극 곳곳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음 손실은 서남쪽에서 특히 극심했습니다.
남극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스웨이츠 빙하가 있는 곳인데, 얼마나 빨리 녹는지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8%를 이끄는 중입니다.
빙하가 해수면 아래 잠겨있어 따뜻한 바닷물의 영향을 직접 받았는데, 이런 속도라면 20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 테드 스캠보스 / 콜로라도 대학교 수석 연구 과학자 : 스웨이츠 빙하의 크기는 엄청납니다. 영국 섬 전체나 플로리다와 같은 미국 주 하나만큼 큽니다. 이런 남극의 한 지역만 변화하더라도, 해수면이 수 미터 상승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선 이미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북쪽에선 A23A라는 이름의 거대한 빙산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크기가 서울의 7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으로, 지난 1986년 필히너 빙붕에서 떨어져나와 웨델해에 조용히 머물렀는데, 2020년부터 갑자기 더 따뜻한 북쪽으로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15도씩 빙글빙글 돌고 있지만, 결국 완전히 밀려나 빠르게 녹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에선 빙산이 연달아 쪼개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2배 크기의 A81이 떨어져나온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바로 위에 맞닿은 A83이 분리됐습니다.
2021년, 비슷한 크기의 A74가 떨어져나온 그 자리입니다.
이렇게 빙붕의 면적이 점점 쪼그라들면 빙붕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2022년, 따뜻한 대기의 강이 흐르며 평소보다 40도 가까이 기온이 치솟았던 남극 동부의 콩거 빙붕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김병훈 /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 : 빙붕이 어떤 역할을 하냐면, 상류에 있는 빙하들의 흐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억제하던 역할을 하던 빙붕이 해양 온난화에 의해 사라지기 때문에 억제력이 줄어들어서 상류에 있는 빙하도 더 급격하게 손실되는….]
얼어붙은 남극 빙하는 지구 탄소의 20%를 흡수하고, 지구 해수면을 58m까지 높일 수 있는 물을 얼음 상태로 껴안고 있습니다.
수백만 년 된 이 얼음 땅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YTN 장아영입니다.
YTN 장아영 (jay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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