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달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증인채택과 여당의 반발이 이어지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치가 실종된 극한 정쟁 기류 속에 자칫 민생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난 '반쪽 국감'이 되는 건 아닌지 적잖은 우려가 나옵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70여 개의 민생법안 표결을 앞둔 국회 본회의,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한 인권위원 선출안 투표 결과가 공개되며 소란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투표한 민주당 몫 후보자는 통과, 반면 여당 추천자는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 어디서 야바위 짓을 하고 있어.]
[우원식 / 국회의장 : 자, 조용히 하시죠. 조용히 하세요.]
일반적으로 국회 추천 인사는 여야 협의나 합의를 거쳐, 암묵적으로 통과를 전제로 본회의 안건에 올리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야당이 합의를 어겼다며 비판하는 여당 측과 문제 있는 인선 탓에 의원들이 자율 투표를 한 거라고 정부에 화살을 돌린 민주당 사이 볼썽사나운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배준영 /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26일) : 사기범죄가 점점 더 창궐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그러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제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박성준 /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26일) : 윤석열 정권의 인사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은 입법부밖에 없다….]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위한 과방위 회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반복됐습니다.
아니, 일방적으로 다 받아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최민희 / 국회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24일) : (여야 협상 과정에서) 채택하신 증인 상당수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간사님에게 맡긴 일이기 때문에…. 벌써 눈빛으로 지금 질책을….]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친 증인·참고인 잠정 합의안이 결국 깨지자, 여당은 집단 퇴장으로 대응했고,
[최형두 / 국민의힘 의원 (여당 과방위 간사, 24일) : 맞춘 균형을 이렇게 무너뜨리고 일방적으로 표결한다면 뭐하러 그렇게 길게 증인 협의를 합니까?]
야당은 국정감사 취지를 살리려면 수정이 불가피한 데다, 여당이 먼저 합의 내용에 이견을 보였다며 '표결 강행'으로 맞섰습니다.
[최민희 / 국회 과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24일) : (지금 명단은) 저부터가 양보가 안 됩니다. 표결 결과 찬성 13인, 기권 1인으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법사위에선 민주당 단독으로 세자릿수에 달하는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모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김승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 (야당 법사위 간사, 25일) : 윤석열 정부가 국민께 아직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우리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여당이 추진했던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 등의 증인채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여당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 속에 여당은 머릿수에서 밀리는 데다, 주요 상임위원장은 야당 몫.
의사봉을 쥔 위원장이 다수결을 외치면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일방적인 증인 채택과 이에 대응한 피켓시위, 설전과 보이콧, 국정 감사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정치 실종을 넘어선 '정치 진공' 상태에서 올해도 정쟁만 남을 뿐, 민생과 정책 대결은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YTN 박광렬입니다.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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