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혹은 어느 여행길에서 구멍가게를 한 번쯤 마주친적이 있을텐데요. 이제는 사라져 가는 이 구멍가게들을 20년 넘게 직접 찾아다니며 펜으로 되살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사각사각 움직이는 펜촉을 따라 수십 년의 세월도 함께 새겨집니다.
전국 곳곳의 구멍가게들이 이 작은 작업실에서 되살아납니다.
미대생 시절 유화를 그리던 이미경 씨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꼭꼭 눌러둔 그리고픈 마음을 모두 잠든 밤 펜을 잡으며 조심스레 펼쳤습니다.
유년의 따뜻했던 기억을 되찾아준 구멍가게에 빠져 20년 넘게 직접 찾아가 그려낸 게 300곳이 넘습니다.
[이미경/작가 : 요만한 거 하나 그리는 데 두 달…]
낡았다고, 하찮다고, 사라져 버리는 구멍가게들은 그림 속에서만큼은 영원히 봄날입니다.
[이미경/작가 : 이 가게가 있었다는 것을 남기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상회', '숙이네슈퍼', '정다운슈퍼'도 한 자리를 지키며 뚝심 있게 살아온 주인의 기대를 담은 이름들입니다.
구멍가게가 건네는 삶의 태도에 매료됐습니다.
변화라는 이름의 불안정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에게도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는 일이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라고 위로를 건넵니다.
[이미경/작가 : 내가 나의 구멍가게를 계속 성장시키며 버티고 지켜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사라져가는 걸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모두 같기에 3년 전 낸 첫 책은 프랑스와 대만, 일본에서도 출간됐고 영국 BBC에도 소개됐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전 세계 곳곳의 구멍가게들을 찾아가 화폭에 남기는 게 꿈입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강나현 기자 , 신승규, 이지수,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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