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개인회생을 신청했을 때 법원이 정한 대로 빚을 성실히 갚으면 채무를 일부 감면받습니다.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인데, 이 회생 절차를 밟았다가 나중에 대출 거부 같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윤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40대 A 씨는 지난해 평택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계약금을 낸 뒤 중도금 대출 은행으로 지정된 KB국민은행을 찾았는데, 대출 불가 답변을 받았습니다.
[A 씨/개인회생자 : 전산에서 잘린다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고. 서류를 심사하기 전에 그냥 끝난다고요.]
알고 보니 11년 전에 신청했던 개인회생 때문이었습니다.
A 씨는 사업 실패로 진 빚 5천만 원에 대해 회생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약 20%를 감면받았습니다.
매달 70만 원씩 갚아나가 8년 만인 2019년에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은행은 회생 기록을 문제 삼았습니다.
A 씨가 감면받은 채무에 KB국민은행 것이 있었기 때문인데, KB 측은 "고객 정보는 최대 5년간 보관할 수 있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이 건은 내부 규정에 따라 대출을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개인회생자 : 누가 3억을 빌려줘요 솔직히. (청약) 날릴 생각도 했어요. 그냥, 이럴 바에는 포기하자. 꼬리표는 상상도 못 했던 거라 저는 다시 하라고 하면 개인회생 안 할 거예요.]
법률 전문가들은 회생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박성우/변호사 : 고리의 이자로 다른 데서 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다시금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서 제도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법상 보장된 은행의 채무자 정보 활용을 제약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출 건은 다른 은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회생제도인 만큼 취지에 맞게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윤형, 영상편집 : 최혜란, CG : 손승필·서승현)
▶ "코로나 끝나서 이제 됐네 했는데…" 회생 신청 급증했다
조윤하 기자(ha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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