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 가장 큰 화두는 공정과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기관보다 공정과 중립, 투명한 행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중앙선관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우리가 헛구호를 외쳤다는 자괴감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신뢰가 생명인 선관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됐습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북한으로부터의 해킹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알아서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는데 왜 그랬는지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 오늘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사과이고, 문제가 무엇인지 이제는 제대로 파악했는지 국민들의 의구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고희동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리포트]
노태악 /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여권에서 위원장님 책임론과 사퇴 촉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긴급회의를 소집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지 20일 만에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관위 전직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특채 의혹이 불거진 고위직은 사의를 표명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포함해 11명입니다.
하지만,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관위는 60년 역사에서 단 한번도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는데, 지난해 3월 TV조선의 김세환 당시 사무총장의 '아들 특혜 인사' 의혹 보도 때도 특별 감찰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낸 바 있습니다.
고위직 자녀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찬진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16일)
"(아빠 찬스 아닙니까?) 아닙니다. (책임을 지는 건 사퇴를 포함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여당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들이 드러나자 뒤늦게 자체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이렇게 내부적으로 곪았다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선관위 내부의 자체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
선관위는 내일 내부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의뢰나 권익위 조사에 대한 입장을 낼 예정입니다.
TV조선 고희동입니다.
고희동 기자(hoi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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