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어 치웠지. 콩 요리, 적포도주와 함께…"
소설 속 엽기적 살인마 한니발은, 할리우드 사상 최악의 악당으로 꼽힙니다. 그가 등장하는 영화가 다섯 편에 이를 만큼 강렬한 캐릭터지요.
미국 드라마 '한니발' 역시 매우 잔인해서 '19금'이었지만, 컴퓨터에 전편을 내려받아 심취했던 열일곱 살 여고 자퇴생이 있었습니다. 한니발의 대사를 올리는 트위터 계정도 구독했지요.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 모 양입니다.
그는 공범 박 모 양과 함께 살인, 엽기, 인육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며 살인을 결심합니다. 신체 일부를 갖기 원하는 박 양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지요. 그는 박 양에게 말했듯 '사냥'을 하러, 어머니의 옷과 선글라스에 여행가방을 끌고 나가 생면부지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인했습니다.
어린 소녀를 살해해 시신을 훼손, 유기하기까지 실시간 상황을 박 양과 문자로 주고받았지요. 둘에게 살인은 유희나 다름없었습니다. 김양은 "감옥에 갇혀 세월을 보내며 벚꽃을 볼 수 없어서 슬프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또래 여성 살해범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가 강호순보다 높고, 조두순보다 낮은 28점 수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경찰 진단검사에서 25점을 넘어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점수입니다. 사이코패스는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공포와 죄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정유정과 흡사한 유형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것이 인천 초등생 살해범입니다.
정유정은 경찰에서 "실제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영화와 TV 범죄물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석 달 전부터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검색하고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빌려봤습니다. 교복을 차려입고 과외를 받으려는 여중생 행세를 하며 혼자 사는 피해자를 찾아갔습니다. 영화처럼 치밀하게 짠 시나리오를 스스로 연출하고 연기했습니다.
범행 후 집에서 여행가방을 챙겨 피해자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걸음이 마치 여행이라도 떠나듯 가볍습니다. 돈도, 복수도 아닌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첫 범행을 들키지 않았다면 연쇄살인으로 이어졌을 위험이 높습니다.
그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을 집에 틀어박혀 살았던 외톨이였습니다. 휴대전화에 친구들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경쟁 만을 가르치는 사회, 이기는 자만 영웅이 되는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나이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묻지 마' 살인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괴물들… 그 비인간의 마성을 키운 우리 사는 세상이, 갈수록 두렵습니다.
6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살인 유희'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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