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번 주 뜨거웠던 세계 증시 소식 준비했네요. 반도체 대표 종목들이 올해 들어 거의 처음으로 큰 폭으로 주가 조정이 되고 있죠.
<기자>
올 상반기에 이른바 서학개미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했던 종목이 있습니다.
무려 30조 원어치를 사고팔았던 종목인데 어제(18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 이게 26% 넘게 폭락했습니다.
정확히는 지난 이틀 동안 그만큼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전 새벽까지 열린 증시에서도 0.3%대의 미약한 반등세만 보이고 마감했습니다.
무슨 종목이냐, 엔비디아도 테슬라도 애플도 아닙니다.
이른바 '쏙쓸(SOXL)'이라고 부르는 ETF 상품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란 게 있습니다.
이게 뉴욕증시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묶어서 지수로 만든 겁니다.
쏙쓸은 이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다시 말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 오르면 3%가 오르고, 1% 떨어지면 3%가 내리는 위험도가 아주 높은 상품입니다.
이렇게 위험도 높은 상품이 올해 한국인들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한 해외 증시상품이었다는 건 그만큼 올해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컸던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어제 하루 만에 무려 6.8% 넘게 급락했죠.
이른바 코로나 폭락장이 나타났던 2020년 3월 18일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였고요.
그러니까 쏙쓸은 더욱 폭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이게 최근 미국 정치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죠.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위력이 대단합니다.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 그리고 바이든 정부 양쪽 모두 경쟁하듯이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서 세계의 첨단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전이었던 6월 말에 했던 인터뷰가 이번 주에 공개됐는데요.
"타이완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거의 100% 가져갔다. 타이완 반도체 업계가 짓고 있는 미국 공장에 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도 타이완이 다 챙겨갈 거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이든 현재 행정부는 ASML이라는 네덜란드 기업을 비롯해서 동맹국의 첨단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계속 중국에 첨단기술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정부와 앞으로 대통령이 될 게 유력해 보이는 전 대통령이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마치 협공을 하듯이 동맹국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이들의 주가가 급락, 폭락했고요.
전체 반도체 업계로 번진 겁니다.
그런데 일단 약간 살펴보면 타이완의 반도체업계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닙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미국에서 제조하라는 미국 정부의 압박 때문에 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이 특히 압박한 ASML 같은 반도체 장비 기업은요.
중국 매출이 거의 절반에 이릅니다.
중국과의 거래 축소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그런 게 와닿지 않겠죠.
미국에 유리하게 반도체업계가 움직여가도록 질서를 잡겠다는 내용의 말이나 조치들이 미국 내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게 일단 반도체 업계의 경직이나 기술주들의 주가 하락으로 반영된다고 해도요.
<앵커>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죠.
<기자>
일단 주가로 보면, SK하이닉스의 최근 이틀간 주가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동반 약세, 여기도 나타났습니다.
주가 폭락세는 단시간에 그칠 수도 있지만요.
트럼프든, 다시 바이든이든 차기 미국 정부에서도 반도체 간섭은 보조를 맞춰야 하는 숙제를 우리 반도체 업계가 계속 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트럼프와 현 정부 양쪽이 특히 겨냥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 중에 한국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건 좀 생각해 볼만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지금 미국이 보기에 한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잘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요.
요즘 반도체업계의 화두를 끌고 가는 건 우리는 아니라는 점을 조금은 방증하기도 합니다.
아직 행정을 보고 있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단 TSMC와 타이완부터 압박의 대상으로 거론한 점은 상징적인 면이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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