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금리가 곧 내린 거란 기대가 많은데, 요새 은행 가보면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잖아요. 정부의 정책 대출 상품 금리도 오를 예정이고요?
<기자>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신한은행의 각종 대출상품의 금리가 0.2에서 최대 0.5% 포인트씩 다시 한번 오릅니다.
이달 들어서 벌써 두 번째 올리는 거고요.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무려 다섯 번째 금리 인상 결정입니다.
KB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같은 다른 5대 은행들도 3분기 들어서 잇따라 대출금리를 여러 번 올리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려서 가계대출이 더 이상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누르겠다는 조치입니다.
은행들의 이런 조치는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나오게 되는데요.
정부도 특히 인기가 많은 서민 정책대출 금리를 역시 이번 주 금요일부터 몇 가지 올립니다.
무주택자들의 첫 집 마련을 돕는 디딤돌 대출, 그리고 전세대출인 버팀목 대출의 기본 금리를 0.2에서 0.4% 포인트씩 일제히 올리는 겁니다.
정부가 내주는 특별히 이자가 낮고 조건이 좋은 이런 정책대출 상품들이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죠.
지난 2분기에 급증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에서 60%가 디딤돌 대출을 비롯한 정책 상품이었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이들 상품은 스트레스 DSR 규제도 받지 않아서 수요가 더더욱 몰린 걸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내주는 대출이니까 앞으로 시중 금리가 좀 더 올라갈 경우까지 미리 고려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를 제한받는 규제가 해당 안 되는 겁니다.
다만 신생아 특례대출, 그리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출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이런 판단 때문인 거죠?
<기자>
7월 한 달 동안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 5천억 원이 또 늘었습니다.
3월에는 감소세가 나타났는데, 4월 이후로 지금 4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서 그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기미가 보인다는 겁니다.
5대 은행에서 이달 들어서 첫 8일 동안 가계대출이 무려 2조 5천억 원 가까이 불어난 걸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도 부동산이지만 주식시장에서도 이른바 빚투,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보이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증시의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하루 만에 무려 5조 6천억 원 넘게 반짝 늘어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주에 뉴욕증시를 비롯해서 전 세계 증시가 이른바 널뛰기 장세를 보였죠.
이럴 때 갑자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인기 주식들을 사들이는 기회로 삼겠다는 수요가 몰린 걸로 분석됩니다.
금리는 내려갈 거니까 빚을 내서 부동산으로든 증시로든 가자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이자 부담이 많이 줄지는 않을 거다. 이런 전망도 나오던데 이거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최근의 대출금리 오름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시면 좀 곤란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 대출을 내주면서 가져가는 은행들의 마진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지금 모습이 좀 더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윤여삼/메리츠증권 연구위원 : '금리인하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금리인하 시작하고 나면 여기서 더 떨어지는 거 아닐까' 기대하시는데, 오히려 금리인하를 하면 가산금리들이 좀 정상화되면서 대출금리는 더 많이 빠지지 않을 거고요. (현재 3.5%에서) 2.75% 정도로 기준금리가 떨어져야 지금 은행들이 대환 대출해주고 있는 3% 중후반대 대출금리들이 정당화될 수 있는 기준금리가 딱 그 정도 수준입니다.]
고금리 시기 이후로 은행들이 금융당국과 얘기하면서 가산금리를 좀 낮춰서 대출이자를 일정 선에서 유지해 온 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가계대출이 더 이상 빠르게 늘어나서는 안 되는 게 중요해지면서 역시 금융당국과의 협의 속에서 가산금리 낮췄던 걸 다시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가 내려도 시중 대출금리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고요.
앞으로 금리가 내릴 거란 전망까지 고려해서 영끌 빚투 하셨다가는 생각 못 한 부담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사실 금리 인하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이 더 유리하다, 이런 게 기존의 상식처럼 통하기는 하죠.
하지만 지금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정대출이 지금도 변동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고요.
앞으로도 시중 변동금리가 크게 내려가기 어렵다고 보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내는 게 당분간은 계속 유리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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