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희생자 대부분은 태국에서 추억을 남기고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우리나라 땅을 다시 밟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아버지는 딸이 생전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고 또 읽으며 공항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심가은 기자입니다.
[기자]
아버지 전제영 씨는 딸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공항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제영/유가족 : 제가 아들 하나, 딸 둘인데. 얘가 제일 위예요. 나한테 과일하고 고기하고 갖다주고…]
전 씨는 얼마 전 휴대폰을 물에 빠뜨려 평소 딸과 나누던 메시지들이 지워졌다고 했습니다.
남은 건 새해 달력을 챙겨놓겠다던 대화 네 줄 뿐.
아버지는 이 마지막 대화를 읽고 또 읽습니다.
[전제영/유가족 : 이게 전부 다예요. 이게 전화기 고장 나서 내가 바꾼 지가 얼마 안 됐거든요. 다 날아가 버렸죠.]
남은 사진도 딸이 생전에 메신저 프로필에 올려뒀던 몇 장뿐입니다.
[전제영/유가족 : 아직 오십도 안 됐는데 지금 한창 이렇게 활동하고 그럴 나이란 말이에요. 한 20분 울었을 거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식사 중에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을 안은 채 공항을 찾은 가족도 있습니다.
[유가족: 느닷없이 점심 먹고 나니까 전화가 왔어. 여기에, 이 비행기를 탑승했다는 거야.]
생전에 여행사를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 최근에 들어서야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유가족: 대리운전도 하고 그런 거 같아.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작년부터 조금씩 조금씩 소규모로 다니고 그러니까 '아이고 이제 좀 살만하겠다, 먹고 살만하겠다' 그랬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어.]
사고 이틀 전엔 손녀가 태어났습니다.
손녀딸 사진을 보고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여행이 끝나면 손녀를 보러 간다고 했었습니다.
[유가족 : 손녀딸, 그제 새벽에 낳았는데. 새벽에 나서 할아버지 오시면 손녀딸 얼굴 처음 볼 건데. 손녀딸 얼굴도 못 봤지.]
[영상취재 이동현 / 영상편집 구영철]
심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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