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제 본격적으로 분석에 들어가보겠습니다. 먼저 원인으로 짚어볼 부분은 여객기가 부딪히며 폭발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입니다.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안테나, 로컬라이저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결과론적이지만 이것만 없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저희 취재 결과, 국토부 매뉴얼을 어긴 걸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동체착륙한 여객기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를 넘어 안전 구역으로 밀려갔습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구조물, 활주로 끝단에서 264m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흙더미로 둘러싸인 두터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졌습니다.
좌우 길이 58m, 높이는 4m 정도였습니다.
이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 안테나라는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중앙선에 맞추도록 신호를 보내는 장비입니다 둔덕을 쌓은 이유는 활주로와 수평 높이를 맞추기 위한 걸로 보입니다.
안테나 지지대 토대는 지표면과 같은 높이어야 하는데 무안 공항은 활주로 끝단이 지난 뒤 지면이 낮아집니다.
[박찬근/한국항공대 교수 : 둔덕을 쌓고 그 구조물을 올려서 활주로랑 같은 높이로 맞추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입니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장애물이 생겼는데 안전 거리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국토부 매뉴얼(항행 안전 시설 보호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안테나는 활주로 말단에서 300~600m 사이 지점에 설치해야 합니다.
[박찬근/한국항공대 교수 : 무안공항은 포장돼 있는 면이 다른 공항보다 런웨이 끝나고 나서 포장돼 있는 면이 짧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이 단단한 구조물에 충돌해 여객기는 폭발했습니다.
지표에 안테나만 설치됐거나 구조물을 뚫고 갈 수 있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국토부는 비슷한 사례가 많다면서도 자세한 규정은 파악 중이라고 했습니다.
[주종완/국토부 항공정책실장 : 해외 사례도 미국의 LA공항이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높이 올렸고요. 규정들에 대해선 파악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안전을 위해 만든 시설 때문에 안전이 위협받았습니다.
[앵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안공항의 이 안테나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내구성이 강한 콘크리트 위에 안테나 구조물을 세운 게 이례적이라는 겁니다. 실제 저희가 확인해보니 국제표준 매뉴얼에도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부서지기 쉽게 지으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어서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한 외국인 조종사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입니다.
사고 여객기가 부딪친 안테나 구조물의 내구성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파일럿 블로그/유튜버 : 안테나를 왜 이렇게 튼튼하게 만든 걸까요? 이런 건 처음이에요. 사고 여객기가 콘크리트에 부딪친 뒤 즉시 멈췄잖아요. 콘크리트가 얼마나 두꺼운지 보세요.]
외신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데이비드 수시/항공사고 전문가 : 설명이 안 돼요. 왜 콘크리트로 된 구조물이 그곳에 있었냐는 거예요.]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가 제작한 매뉴얼입니다.
공항 활주로 인근에 설치된 구조물은 "부서지기 쉽게" 설계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테나는 경량 구조물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충격을 줄이려는 목적입니다.
국토부가 고시한 공항안전운영기준에도 비슷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활주로 주변에 위치한 물체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는 겁니다.
무안공항의 안테나 구조물은 관련 고시를 어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함은구/을지대 안전공학전공 교수 : 바람이나 뭐 이런 것들 때문에 아마 좀 더 튼튼하게 구조를 만들 수도 있고요. 지금 상황으로 놓고 보면 부적절한 거는 맞는 거 같아요. 안전 가이드 콘셉트에 위배되는 부분이잖아요.]
국토부는 국내외 규정을 다시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종완/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 (로컬라이저 안테나) 그 안에 어떤 재질이라든지 뭐 소재에 대한 그런 어떤 제한들이 있는 것인지 국내 규정하고 해외 규정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고 여객기는 안테나 구조물과 부딪친 뒤에야 멈춰섰고, 곧바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영상취재 이주원 김재식 정재우/ VJ 허재훈 / 영상편집 박인서 강경아 / 영상디자인 김관후 최석헌]
임지수 기자,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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