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현지 기자입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불타버린 구룡마을, 지금도 이렇게 잿더미 상태 그대로인데 폭설까지 쏟아졌습니다.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 60여 명은 구청이 마련한 임시 숙소에 머물러왔지만 그곳도 곧 비워줘야 하는데요.
이재민들의 사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인적은 거의 없고 새소리만 들리는 구룡마을.
흰 눈이 마을을 뒤덮었지만 화염이 휩쓸고 간 흔적까지 감추진 못했습니다.
발화 지점 근처엔 노란 통제선이 쳐졌습니다.
냄비와 주전자 등 온갖 집기류들이 타 있고, 골라놓은 연탄은 눈에 다 젖어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타다 남은 집기류라도 챙겨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쌓이면서 그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30년차 마을 주민 김남구 씨의 집터에 가본 건 눈이 오기 전인 어제였습니다.
[김남구/구룡마을 이재민]
"이런 거는 냉장고 부서진 것, 연탄 난로. 그렇습니다. 여기가 방이고 그런 거죠. 연탄 쌓아놓은 게 저런 상태입니다."
방 안에 뒀던 금고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싱크대로 연결되던 수도관에선 계속 물이 나오고 있고, 그 아래가 다 얼었습니다.
허탈한 표정으로 집터를 둘러보던 목회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형희/구룡마을 이재민]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책입니다. 이런 것도 지난 수재에 한쪽 벽이 너무 새가지고… 다 새로 이렇게 했었는데 그대로 다 타서 없네요."
잔해로 남은 단열재 안에는 불에 취약한 스티로폼만 채워진 상태였습니다.
타버린 구룡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수십 년 된 무허가 건물들이라 다시 지을 수 없습니다.
이재민 60여 명이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인데, 구청이 마련한 임시 숙박시설도 2주 안에 비워줘야 합니다.
이어 서울 외곽의 임대주택으로 가야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 부담 등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선뜻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항춘/구룡마을 이재민]
"딴 데로 가서 뭐 살 만한 형편도 안 되고 그러니까… 임대료가 이제 또 뭐 한 20만 원씩 이상 낸다고 하더라고."
물과 전기만 된다면 천막이나 가건물을 설치해서라도 마을에 남고 싶다는 겁니다.
[김남구/구룡마을 이재민]
"장비 가지고 하루면 다 걷어요. 쓰레기 걷어내고 뭐 컨테이너만 갖다 놔도 훌륭하죠."
[이태원/구룡마을 주민 대표]
"(수입이) 기초연금 받는 것, 그것밖에 보장이 안 되니까 자식들 배려 없이 도움 없이 그렇게 임대료 내고 관리비 내고 생활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서울시는 향후 구룡마을 전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조성할 예정이고, 앞서 5백여 세대도 임대주택으로 옮긴 만큼 임대주택 입주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화재 후 한파와 대설이 덮친 구룡마을은 여전히 '떡솜'으로 불리는 보온재 등에 의지한 채 불에 취약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집집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긴 하지만 이렇게 먼지가 쌓인 채 사실상 방치가 돼 있고요. 특히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번엔 화마를 피했지만, 마을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속내도 전보다 복잡해졌습니다.
[김순금/구룡마을 주민]
"불안하지 그냥… 연탄 또 그냥 누가 갖다 불나는 것 갖다 버려가지고 탔다고 그러면 아이고 그냥 심장이 뛰어 죽겠어…"
바로간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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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이혜지
김현지 기자(local@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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