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청첩장 문자를 받고 무심코 웹주소를 클릭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은행 대출을 받는, 스미싱 사기에 당했다면 이 돈 갚아야 할까요?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갚을 필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3월, 40대 김 모 씨에게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문자메시지에 적힌 웹주소를 클릭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먹통이 됐습니다.
스미싱 사기에 당한 겁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폰에 설치된 악성 앱을 통해 개인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스미싱 조직은 이 정보로 마치 김 씨인 척 은행에서 비대면 대출도 받고, 김 씨가 가입했던 주택청약저축도 해지했습니다.
이 돈은 대포통장으로 모조리 빼냈습니다.
불과 이틀 만에, 6천여만 원의 피해를 보게 된 김 씨는 은행과 보험사 등 3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씨가 "대출금을 안 갚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스미싱 일당이 김 씨가 휴대폰에 보관 중이던 신분증 사진으로 사기를 쳤는데도 금융기관이 이를 막지 못한 걸 문제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신분증 확인 절차의 허점이 계속 문제가 되는데도 보완하지 않았다"며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휴대폰에 신분증 사진을 보관한 피해자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이례적인 행위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혜진/서울중앙지법 민사공보관]
"점점 금융사기가 복잡해지면서 본인확인 절차의 허점이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더 엄격하게 본인확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사기 대출 사건에서 금융기관 책임을 무겁게 판단하는 판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법원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면허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보낸 뒤 5천만 원 대출이 생긴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절반은 본인 확인을 게을리한 보험사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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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기자(sangmoo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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