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인 진돗개 26마리가 졸지에 안락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분명 지난 달까지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또 관리돼 왔는데 갑자기 유기견 보호소에 보내진 이유가 뭔지, 임예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철창 안 개집엔 어미와 새끼들이 뒤엉켰습니다.
관리가 안 돼 진흙과 먼지가 몸을 덮었습니다.
불안한 새끼들은 어미 몸 주변에 붙어 있습니다.
뭔가 운명이 바뀌었다는 걸 생명체는 직감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빙글빙글 도는 진돗개, 불러도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한 번 주인을 끝까지 따르는 진돗개 특성 때문입니다.
[김세현/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 : 사람하고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오로지 주인만 따르는 거죠.]
갈색 털 진돗개는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습니다.
몸엔 뼈가 드러났습니다.
주인과 떨어진 뒤 사료를 먹지 않아서입니다.
이 보호소에 들어온 진돗개 26마리, 지난 달 30일까지 국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었습니다.
혈통도, 유전자도 바뀐 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기견'입니다.
[진도군청 관계자 : 견주분께서 허리 수술하고 재활 들어가고 하면 거의 1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걸 대신 이제 관리해 줄 사람이 없어요.]
지난 달 진돗개 주인은 건강 문제로 사육장 문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진도군은 천연기념물 관리 지침을 근거로 '사육 환경'에 변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했습니다.
[심인섭/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 천연기념물을 지정 해제해 버리고 유기견에 준하는 신분을 줬다. 이럴 것 같으면 굳이 천연기념물을 왜 만드는지…]
이제 유기견이 된 한 때 천연기념물,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처리됩니다.
[화면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
임예은 기자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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