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위한 나라는?…대책·예산 '밑빠진 독'인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유출로 인해 언젠가는 내 고향이, 우리 지역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59곳의 지자체가 지방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정부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쳤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 간 인구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구 지키기에 절박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지방소멸의 상관성, 일본과 독일 사례 등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김경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아이 낳으면 5천만원…지자체들 인구 지키기 '안간힘' / 김경인 기자]
지난해 4월 쌍둥이를 낳은 이다현 씨.
이씨는 넉 달 전부터 전남 강진군으로부터 매달 12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강진군이 출산 장려 시책으로 도입한 '육아수당' 덕입니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너무 좋았죠. 애들과 생활하는데 마음부터가 달라져요. 되게 든든하다고 해야 하나."
강진군의 육아 수당은 전국 최고 금액인 5,040만 원.
매달 60만 원씩, 아이가 7살이 될 때까지 지원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나타났던 '출산장려금 먹튀'를 막기 위해 나눠 주는 겁니다.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강진군에서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제로페이로 지급하고 있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저희는 같이 잡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거주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모 또는 부양 의무자가 3년 이상 화천군에 거주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은 학비 벌려고 알바도 하는데, 저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학교 활동을 제약 없이 할 수 있어서 많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금 지원책을 대폭 늘려왔는데요, 이제는 현금 지원의 한계를 느끼고 다른 정책으로 선회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은 '워케이션 센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의 합성어로, 타지역 주민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입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하면 장기간 머무르고, 종국에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고요…"
지방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전남 신안군은 '햇빛 연금'을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주민들이 조합을 꾸려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들어 수익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도 지방소멸 극복 대안의 하나로 시작됐습니다.
열악한 지역의 세수 증대와 지방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획일적인 대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수 정책이 고민보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과 지방 정서가 중심이 돼 우리 지역의 고유한 내생적 DNA는 무엇인가를 갖다가 찾는 작업부터 시작을 해야 돼요. 중앙 정부는 거기에 대해서 지원을 해줘야죠."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여건에 맞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이광빈 기자]
지역 소멸 위기는 지방자치단체들 힘만으로는 완화할 수 없는 거대한 도전입니다.
사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이 중요한데요.
최근 다섯 개 중앙부처는 지역활력타운을 조성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손을 맞잡기도 했습니다.
곽준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중앙정부 대응 기조·정책은? / 곽준영 기자]
심화하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행안부와 문체부, 복지부, 국토부 그리고 중기부까지 5개 부처 관계자가 한 데 모였습니다.
이들이 이번에 힘을 합쳐 추진하기로 한 건 '지역활력타운' 조성 사업.
은퇴자·귀농인의 지방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와 문화, 복지, 일자리를 한 데 모은 지역 거점 주거단지를 만들겠단 겁니다.
"일자리·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연계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중앙지방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 역할을…"
국토부는 주택·기반시설 지원과 지역개발사업 인허가,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주거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문체부는 국민체육센터 등 체육과 문화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복지부는 체계적인 돌봄과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중기부는 이주자들이 직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러 일자리 제공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지역 89곳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시범지역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올해 전국에서 7곳을 선정하고 내년에는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는 목표입니다.
"지방 이주 수요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점을 따져보고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부처가 사업·예산을 과감히 집중하고 지원할 필요가…"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한 게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는 7,500억원이 쓰였으며 올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이 지원됩니다.
"중앙과 지방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면서 마련한 대책들을 상호협조 아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지방소멸기금 외에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보통교부세를 약 2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재정·제도적 지원을 강화합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고 창업 기업의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을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 중입니다.
이와 함께 대학과 지역사회를 끈끈하게 묶어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 밑거름이 되게 한다는 교육 분야의 구상도 있습니다.
정부는 '소멸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 지침을 새로 짜기 위한 연구에 착수해 오는 6월까지 발전 전략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지방소멸,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제가 뜻하지 않게 부추긴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 지역구 선거는 인구비례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선구제 체제인데요.
2000년 출범한 16대 국회에서 수도권 국회의원은 모두 97명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현행 21대 국회.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예전과 같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국회의원은 모두 121명. 16대 국회보다 무려 24명이 늘었습니다.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에서만 18명이 증가했습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선거구가 계속 늘어난 것이죠.
이와 반대로 인구가 감소해온 지방의 국회의원 숫자는 줄어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사업과 예산을 만들려고 합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협의 속에서 거침없이 추진돼왔습니다.
구간 확장과 정차역 문제로 국회의원이 삭발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도권에선 GTX를 통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도 강남과 판교 등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더 원활하게 출퇴근할 수 있게 됩니다.
수도권의 교통망이 더욱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연결되고 확장되는 셈인데요.
이태원 참사로 주목을 받았던 출퇴근 시간대 '콩나물시루' 전철이 더욱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선 더욱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노동력 공급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됩니다. 반대로 지방에선 젊은이들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죠.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대규모 지역발전 전략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이 연계된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계속 추진되는 반면, 지역에선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 예산' 따내기 같은 작은 선심성 예산에 자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군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프로젝트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메가시티' 같은 광대역 통합형 전략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방발전 전략으로 작은 아이디어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구조적인 측면을 돌아보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더 심각한 지방소멸 현실을 놓고 우리는 이야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마을이 사라진다', 앞으론 삼척동자에게도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인구 밀집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유사하게 겪은 나라는 가장 가까운 일본입니다.
거의 10년 전 나온 한 보고서가 지방 소멸을 거론하며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지방소멸 위기 먼저 겪은 일본…"극점 사회가 주범" / 한미희 기자]
2014년 발표된 '마스다 보고서'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의 이름을 딴 보고서에는 일본에서 소멸 가능성이 있는 896개의 지자체 목록이 실려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문제에 '소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그러면서 도쿄 한 곳으로만 몰리는 '극점 사회'를 인구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적했습니다.
도쿄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겁니다.
일본보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주목할 만한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지방의 중핵 도시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지원하며 양성평등 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안했습니다.
이런 제안은 교통망을 확충해 도시 기능을 중심지에 집중시키는 '콤팩트 시티'로 구체화됐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도야마시는 고향을 떠났던 30∼40대가 돌아오며 인구가 늘었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성과 못지 않게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이 정책은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된 도시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지방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시가 아닌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자발적인 흐름이 확산하는 경향과도 배치됩니다.
2021년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의 힘을 활용하는 '디지털 전원도시' 구상을 밝히고 일본 열도를 감싸는 해저 케이블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정의 어린이에게 주는 지원금을 세 배 이상 대폭 올렸습니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추진해 온 독일이 이런 문제에 국가적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통일 이전 동독에 속했던 라이프치히가 꼽힙니다.
통일 직후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독에서 발전된 서독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도시는 비어갔습니다.
라이프치히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업한 도시 재생 사업으로 질 좋은 주거 공간과 공공 시설, 공원이 들어섰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자리잡았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에 직면한 독일이 선택한 방안은 난민과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에 기댄 극우 세력이 반발했지만, 노동인구가 증가하며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지방소멸의 우울한 시나리오는 계속 새로 써 내려져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은 내놓았지만, 근본적이지 못했고 실효성도 떨어지면서 속도를 늦추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사진을 본적이 있으신가요? 일본의 외딴 산골 나고로 '허수아비 마을'입니다.
마을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며 마을주민은 30여명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떠나간 주민들의 빈자리에 외로움을 느낀 한 여성이 마을 주민을 대체할 허수아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통한 탓인지 허수아비 마을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관광객들이 허수아비 마을을 찾아오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부작용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젊은이들은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행정과 입법의 커다른 흐름은 수도권 중심입니다.
반면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은 단기적이고 연계성이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국토균형발전, 이제 구호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듭니다.
10년 뒤 뉴스프리즘에선 균형발전이나 지방상생도 아닌 지방생존에 대해 다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이광빈
#지방소멸 #인구감소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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