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형 식품회사인 오뚜기의 몇몇 직원들이 마케팅용 상품을 개인적으로 빼돌려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협력업체가 할인 행사를 위해서 공짜로 준 상품을 빼돌린 뒤에, 그걸 다른 데서 몰래 팔아왔던 겁니다.
제희원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뚜기의 마케팅 담당 부서에서 해외 수출을 담당해온 직원 A 씨는 지난 2019년부터 협력업체가 제공한 홍보용 상품 일부를 개인 창고로 빼돌렸습니다.
'1+1' 증정 같은 프로모션 목적으로 협력업체 측이 공짜로 제공하는 상품들인데, 회사 몰래 개인적으로 시중에 판매한 겁니다.
시중 가격보다 낮게 온라인 판매처나 대형 식자재 마트 등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약 4년간 A 씨가 착복한 돈은 10억 원이 넘습니다.
횡령은 A 씨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수법으로 A 씨의 후임자 한 명은 2억여 원을, 또 다른 한 명은 수천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뚜기처럼 대형 식품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관행처럼 이뤄지는 담당자들의 무상 물량 제품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오뚜기 협력사 : (저희가) 가격을 어쩔 수 없이 올린다고 하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적으로 (오뚜기에서는) 물량 지원을 요청해와요. 그럼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5~10%고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인 거죠.]
할인 행사에 사용돼야 할 제품을 개인이 빼돌림으로써, 소비자들은 그만큼 가격 인하 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내부 감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적발한 오뚜기는 퇴사한 직원 한 명을 제외한 직원 두 명을 이달 초 파면 조치했습니다.
오뚜기는 횡령 금액을 전액 변제받아 회사가 입은 손해는 없다며, 개인 일탈일 뿐 다른 부서의 조력이나 개입은 없었다면서 조만간 경찰 수사도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김윤성, VJ : 박현우, CG :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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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단독 취재한 제희원 기자와 궁금한 점 더 알아보겠습니다.
Q. 어떻게 잡았나?
[제희원 기자 : 이 직원들은 모두 해외 수출을 담당했는데, 수출용 송장에 그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무상 물량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기재가 안 돼 있던 겁니다. 이걸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제보를 한 걸로 보이고요. 협력업체가 제공한 물량을 해외로 보내는 것처럼 해놓고 자기 개인 창고로 빼돌려서 국내에 되판 것입니다. 사실 이 직원이 이 업무만 담당한 게 10년이 넘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적발된 건 3, 4년 치인 데 실제로는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 회사는 몰랐나?
[제희원 기자 : 지난 연말부터 오뚜기 내부적으로 좀 시끄러웠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관련 소문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뭐 예를 들면 "뒷주머니 안 찬 직원들은 바보냐", "특정 제품을 담당하면 아파트 한 채 값을 마련한다" 같은 소문들입니다. 회사 측은 오랫동안 진행된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고 제보가 잇따르자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겁니다.]
Q. 협력업체 반응은?
[제희원 기자 : 큰 식품 회사들은 자사 브랜드 상품 말고도 자체 유통망을 통해서 협력업체 제품을 받아서 판매를 합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유통 판로를 가지고 있는 대형 업체 담당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인 거고요. 특히 요즘처럼 원가 인상 압박이 심할 때 100원이라도 납품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려면 이런 큰 회사들의 무상 물량, 프로모션용 제품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겁니다. 결국에는 본사 차원에서 이런 무상 물량에 대한 보다 엄격한 사내 감사와 윤리 기준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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