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2023.3.21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극진한 환대와 예우 속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일각에선 중국 쪽으로 무게추가 지나치게 기울면서 시 주석만 빛내주는 자리가 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성 게오르기 홀에서 이뤄진 두 정상의 만남을 주요 기사로 전하면서 양국 관계가 "역사적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어떤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최고점에 이르렀는지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전할 내용이 많지 않아 양국 정상의 화려한 수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시 주석의 발언은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제안이 없었다. 서방이 촉각을 세워 온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도 공식 발표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아 일단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스크바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성 게오르기 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하고 있다. 2023.3.21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른바 '중·러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관련한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역사적 수준의 양국 협력에 수반될 세부적 내용은 가볍게 다루면서 이와 관련한 감상적, 정서적 측면에 무게를 실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경제·문화 분야 협력에선 구체적 내용이 상세히 전달돼 대조를 이뤘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시 주석이 우리의 동맹인지, 그저 교역파트너인지 알지 못한다"는 러시아 현지 정치토론학회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보고서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확약들이 눈에 띄게 일방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양국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원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데 그쳤지만,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경제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다수의 조처를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ISW는 "시 주석은 모호한 외교적 보장 이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의도를 내비치지 않았다"면서 "푸틴은 그가 필요로 하고 원했던 종류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중·러 정상회담을 마친 양국 정상
(모스크바 타스=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왼쪽)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2023.3.21
일부 서방 언론들은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사진 촬영 기회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었다"면서 혹평을 쏟아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비공개 석상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공개된 모습으로는 시 주석의 웅장한 모스크바 방문은 연극에 가까워 보였고, 그나마도 러시아보다 중국에 더 이득이 되는 연극으로 보였다"고 꼬집었다.
실제, 러시아는 서방의 외교적 고립 시도가 실패했다는 걸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모습을 대내외에 보임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대러 관계에서 우위를 점했을 뿐 아니라 '평화 중재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이 열린다면 중국 역시 당사자로 참여하게 되는 구도를 구축했다.
뉴스위크는 이날 러시아 측은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전원 오성홍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숙소로 돌아가는 시 주석을 자동차까지 직접 바래다주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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