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에서는 지난해 9월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캐나다의 상황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우리 동포들 역시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데,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공공 의료체계를 고수해온 캐나다에서 의료 민영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은경 리포터입니다.
[기자]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업하는 한인 최규범 씨.
20년 넘게 캐나다에 살면서 가정도 꾸렸지만, 11년 전 배우자의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아야 했습니다.
캐나다에선 진료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규범 / 캐나다 밴쿠버 : 속된 말로 의사 보다가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좀 심각한 것 같고요. 저도 전문의를 만나려고 8개월 정도를 기다렸는데 실질적으로 의사를 본 건 10분도 채 안 됐던 것 같습니다.]
현행 공공 의료 체계에선 캐나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진료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지만, 의료 인력 부족으로 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 15만 개 넘는 일손이 부족해 인력난이 사상 최대인 걸로 조사됐고,
[에이미 이어하트 / 응급실 간호사 (지난해 9월 글로벌 NOW) : 간호사가 부족해서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6시간을 대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어요.]
심각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손영상 / 캐나다 가정의 :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인력이나 시설이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시화되었는데, CT나 MRI 검사 또는 전문의 진료와 수술 등의 대기 시간이 갑자기 더 늘어나게 됐고, 이것이 국민의 불만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불만은 의료 민영화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2월 초 한 설문조사 기관이 캐나다 전역의 성인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의료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공공 의료 체계를 지지한다는 대답이 39%, 민영화에 찬성한다는 대답이 28%였습니다.
중도 입장이지만 민영화에 관심 있다는 대답은 33%를 차지했습니다.
동포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의료 민영화가 장시간 진료 대기 문제를 해결할 거란 입장과,
[정미란 / 캐나다 밴쿠버 : 여기 의료 체계가 잘 돼 있어요. 근데 번거롭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민영화가 되는 것도 괜찮다고 저는 보거든요. 서민들이 자주 기다리지 않게 장기간 기다리지 않는 정도로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수익을 늘리기 위한 과잉 진료 등의 우려가 없는 현 공공 의료 체계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이익수 / 캐나다 밴쿠버 : 물론 사람이 많으면 기다리지만, 순서는 정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중복 진료가 없고 한국 같은 경우에는 병원 갈 때마다 (진료를) 다시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응급실 부족과 수술 적체 등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우리 돈으로 4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도, 근본 원인인 의료 인력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YTN 월드 이은경입니다.
YTN 이은경 (kwonjs10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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