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죠. 기존 자신의 지역구였던 목포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큰데요. 손혜원 전 의원이 박 전 원장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과거의 악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사람의 설전은 오늘(31일)도 이어졌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지난해 12월 19일) : 당면한 문제인 이재명 대표에 탄압을 이길 수 있도록 저도 노력을 하고 결국 내후년 총선과 다음 정권 교체를 반드시 민주당이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이 박지원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봉에 서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감사합니다. 제가 선봉, 이런 얘기보다는 역할을 다하겠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지난해 민주당 복당이 승인됐을 때 한 말입니다. 두 가지 목표를 얘기했죠. 첫째는 이재명 수호, 둘째는 총선 역할이었는데요. 실제로 복당 이후 한 동안은 첫번째 목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명비어천가'를 불렀는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1월 6일) : {우리 박 전 실장님께서 '이재명 대표가 DJ보다 대단하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큰 고초를 겪고 있는데도 이재명 대표가 잘 대처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지금 몇 년간 그러한 고초를 겪고 그렇게 신문, 방송, 인터넷 공격을 받아도 잘 버티고 있다, 참 대단하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2월 16일) : 검찰이 지금까지 오만 군데를 칼로 다 이재명을 찔렀잖아요, 증거가 안 나왔어요. 증거가 뭐 있어요, 지금까지. 당대표를 이렇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저는 이 나라 정치가 무너졌다, 그렇게 봅니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 대표를 감싸는 과정에서 실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은 건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3월 17일) :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는 지금 현재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단합, 이 말씀인 건가요.} '잘 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하셨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3월 20일) :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얘기하는 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말씀이 혹시 나왔더라도 그걸 굳이 그럴 필요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박 전 원장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똥볼'에 가까웠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해 8월 31일) : 똥볼 차는 거죠, 뭐. {똥볼이라고 보십니까?} 똥볼이죠.]
그럼에도 박 전 원장은 꿋꿋했습니다. 최근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린 이 대표, 반문 화법으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물리쳤죠. 동문서답이란 비난이 일자 박 전 원장이 대리 방어에 나섰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4일) : {혹시 윤관석, 이성만 의원도 출당 내지 탈당 조치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5일) : {송 전 대표가 출국금지 조치 됐는데 여기에 대해선 좀 어떻게 보세요?} 우리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MBC '뉴스외전' / 지난 4일) : 저도 그런 반어법을 쓰는데요. 정치인의 말, 언어는 다양해요. 그렇기 때문에 동문서답이 아니라 '우리는, 두 의원은 이렇게 했는데 같은 녹음테이프가 나온 태영호 의원은 어떻게 된 거냐' 물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걸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박 전 원장이 이렇게까지 첫번째 목표 달성에 올인했던 이유, 이제야 베일을 벗었습니다. 두번째 목표인 총선 역할을 위함이었는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유튜브 'KBS 목포' / 어제) : 이번에 윤석열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총선으로 나가게끔 박차를 가해 주네요. 그래서 나가겠습니다.]
박 전 원장, 복당 당시 이 대표 체제가 흔들려 비대위로 넘어갈 경우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으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죠. 이제는 의도가 분명해졌습니다. 감독은 그대로 이 대표가 맡고 본인은 차기 총선에서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건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유튜브 'KBS 목포' / 어제) :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은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지, 자꾸 싸우고 분열의 길로 가면 우리 호남마저도 민주당의 지지도가 멀어진다.]
최근 주소지를 목포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옮겼죠. 영등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지만 정작 출마는 기존 지역구인 목포에서 할 분위기입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유튜브 'KBS 목포' / 어제) : 지난 연휴에 고향 완도·해남·진도를 다녀왔고 지난 주말에 목포 3박 5일간 목포대학교와 지역신문협의회 초청으로 강연 두 번 했습니다.]
박 전 원장, 올드보이의 화려한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데요. 하지만 꿈에 이르는 길이 늘 순탄치만은 않죠. 별안간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손혜원 전 의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총선 출마로 내몰았다는 명분을 가리켜 '추잡스런 핑계'라고 비판했는데요.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음성대역) : 압수수색과 정치가 무슨 관계랍니까? 정치인 생활 16년 동안 검찰로부터 잘 대우받고 안전하게 사셨나보죠? 그래서 법사위를 선호하셨나요? 별 추접스런 핑계를 다 보겠네. 꼭 목포에 출마하시기 바랍니다.]
손 전 의원, 박 전 원장의 움직임을 줄곧 눈여겨봐왔죠. 박 전 원장의 정치적 앞길은 어떻게든 가로막겠다며 이를 갈고 있는데요.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손혜원TV' / 2월 1일) : 박지원 전 의원이 목포에 어떤 한 언론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제가 정말 아연실색해가지고… 제가 목포시민과 함께 좋은 정치인들을 뽑는데 우리가 나서야 된다.]
박 전 원장의 SNS 글에도 딴지를 걸었습니다. 5월에만 2번 연극을 관람했다는 박 전 원장, 목포에도 소극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는데요. 손 전 의원은 목포에서 4선하는 동안 뭐했냐고 되물었습니다.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음성대역) : 국회의원 4선, 지난 16년 동안 뭘 하셨길래 별안간 목포에 하고 싶은 일이 이리도 많아지시는지요? 목포에 소극장 하나 만들지 못한 지난 16년이 혹시 부끄러우신가요?]
박 전 원장은 무시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손 전 의원은 자신을 상대할 만한 깜냥이 되지 않는다고 얕잡아 보는 기색인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유튜브 'KBS 목포' / 어제) : {손혜원 전 의원이 목포에 이제 원장님 나오시면 또 나온다는 거 아닙니까?} 아니, 제가 손혜원 의원 얘기하는 것까지 답할 위치는 아니고요. {알겠습니다.} 저는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손 전 의원을 개로 비하한 셈입니다. 손 전 의원은 "목포 시민이 원하는 정치인은 인면수심 인간보다 충실한 개가 아닐까"라고 응수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슬기롭게 과거탐구를 한 번 해볼까요.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인데요. 사실 손 전 의원과 박 전 원장은 사이의 악연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손 전 의원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을 받았는데요. 목포 지역구 의원이었던 박 전 원장은 처음엔 손 전 의원을 두둔했죠. 하지만 의혹이 점차 짙어지자 태세를 전환했는데요.
[박지원/당시 민주평화당 의원 (CPBC '열린 세상! 김혜영입니다' / 2019년 1월 18일) : (손혜원 의원이) 검찰에 본인 스스로가 수사 의뢰를 해서 그 의혹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한 곳에 20곳 이상의 비정상적인 투자를 했다고 하면 목포 시민도, 우리 국민들도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
손 전 의원은 결코 투기가 아니라며 억울함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자진 탈당했는데요. 탈당 기자회견 자리에서 입장을 바꾼 박 전 원장을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1월 20일) :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그런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그분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습니다. 제가 나갈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을 상대할 그럴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면 제가 그분 돕겠습니다.]
박 전 원장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한다며 황당해했죠. 자신이 배신의 아이콘이면 손 전 의원은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쏘아붙였는데요.
[박지원/당시 민주평화당 의원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2019년 1월 21일) : 제가 일일이 대꾸할 필요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손 의원께서 저를 '배신의 아이콘'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손 의원이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 시작된 악연이 현재에 이르게 된 건데요. 손 전 의원, 박 전 원장이 이번에 목포에 출마하면 실제로 낙선 운동이라도 벌일 참이죠. 가상자산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살리겠다며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어디까지나 뇌피셜이지만 김 의원을 박 전 원장 저격수 삼아 목포에 신당 후보로 공천하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박 전 원장은 개의치 않고 갈 길 가겠다는 태도죠. 5선 달성을 넘어 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박 전 원장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해 10월 6일) : 그리고 제가 생각해 봐도 대통령은 제가 제일 잘할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보다 제가 훨씬 잘할 것 같아요. {오늘 콘셉트가 굉장히 자만 콘셉트.}]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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